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3만3000여 명, 확진자는 70만 명이 넘는 팬데믹 시점에 일주일 간격으로 초대형 방사포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 드라마나 소설에도 등장하기 어려운 행태의 주인공은 평양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누구를 위한 무력시위인가? 전 세계가 패닉인 상태에서 북한은 지난 일요일 새벽에도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또 쐈다. 이달에만 4차례, 9발을 발사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다. 전 세계가 북한 말로 ‘비루스’와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인데 평양의 1인자는 동해안에 ‘알섬’이란 목표물을 미사일로 정확히 타격하라는 명령을 발동했다. 속칭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북한식 논리를 백번 고려하더라도 지구상에 군사도발을 옹호할 국가는 없다. 제정신이 아니란 뜻의 크레이지(crazy)라는 영어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도발 의도는 두 가지다.

우선, 실전 배치를 위한 성능 실험이다.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했고 발사 간격 약 20초, 최대 고도 30㎞, 비행거리는 230㎞다. 연사(連射) 시간은 종전 기록과 비슷하지만, 최대 고도를 내려 정확도를 높였다. 북한은 지난 29일 발사체는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그 이튿날 “국방과학원에서 인민군 부대들에 인도되는 초대형 방사포의 전술 기술적 특성을 다시 한번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사격을 진행했다”며 “시험사격은 성공적”이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2일과 9일에는 ‘초대형 방사포’, 지난 21일에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 두 발을 쐈다. 모두 사거리 400∼600㎞로 한국 전역이 타격 가능한 미사일이다. 연발 간격을 줄이고 최대 고도를 낮출수록 한·미 연합군의 요격은 어려워진다. 우리 공군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다.

다음은, 주민 결집을 위한 민심 혼란 전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핵개발에 대응해 압력 행사해야’ 발언에 북한은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명의로 ‘미국, 우리 건드리면 다친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가상의 적 미국을 내세워 민심을 억누른다. 북·중 국경 인근에 배치된 북한군 부대에서 2월 말 이후 ‘코로나’ 감염 의심 사망자가 100명 이상 발생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인민들은 코로나로 자가 격리당하면서 생계를 걱정한다. 대북 선교단체 ‘한국 순교자의 소리’에 따르면, 북한 신의주의 지하 교회 교인은 최근 이 단체에 보내온 편지에서 ‘평양·신의주 지역에 전염병이 퍼져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며 ‘굶어 죽으나 전염병에 걸려 죽으나 매한가지 절망 상태’라고 전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김정은이 한 일은 신형 무기 발사와 평양종합병원을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때까지 200일 안에 완공하라는 지시뿐이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는데도 청와대는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조차 열지 않았다. 일본이 긴급하게 움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방사포든 미사일이든 목표는 도쿄가 아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다. 코로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벌써 4번째 탄도미사일을 쏘며 9·19 남북군사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데도 유감 표명조차 없다. 북한은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이용해 신형 무기의 위력을 높이면서 한·미 방어망을 무력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겁먹은 개처럼 요란하게 짖지 말라는 북한 김여정의 경고에 겁먹은 듯 침묵 일변도다. 총체적 반(反)안보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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