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다음날부터 6일 연속 1위
젤위거가 부르는 명곡에 위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박스오피스 규모가 하루 2만 명대까지 추락한 가운데 지난달 25일 개봉한 외화 ‘주디’(사진)가 작지만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당일 3위로 출발했으나 이튿날부터 1위로 올라선 후 6일 연속 정상이다. 31일까지 누적 관객은 불과 5만1613명. 하지만 미국 역대 최고의 아역배우로 꼽히는 주디 갈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로 감동을 주고 있다.

주디 갈랜드는 1922년 미국 미네소타주 그랜드래피즈에서 태어나 47세인 1969년 세상을 떠난 할리우드 스타 배우다. 2∼3세 무렵부터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했고, 맑은 목소리와 순진한 외모로 10대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MGM에 발탁돼 스타덤에 올랐다. 갈랜드의 대표작은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다.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와 함께 노란 벽돌길을 따라 모험을 떠나는 도로시 역을 맡아 노래와 춤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리에게도 바로 이 역할로 강렬하게 기억된다.

영화는 누구보다 화려했던 아역스타 갈랜드의 마지막을 조명한다. 1960년대 중반 비틀스가 신인이던 시절, 전성기를 지나 호텔 숙박료도 감당하기 힘들게 된 갈랜드는 우여곡절 끝에 영국 런던의 한 극장에서 공연할 기회를 잡는다. 아무리 한물간 스타라도 아직은 그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무대를 앞두고 갈랜드는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인다. 시간 약속을 안 지키고 술까지 마신다. 다급한 매니저가 겨우겨우 어르고 달래서 무대 위에 세운다. 그러자 갈랜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멋들어지게 ‘비 마이셀프(Be Myself)’를 열창하고 관객에게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무대가 무사히 끝난 후 그는 제멋대로 굴었던 이유를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다음번에 (공연을) 못해내면 어쩌지?”

‘오즈의 마법사’를 기억하는 팬들은 갈등하는 중년 갈랜드의 모습이 무척 낯설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톱스타였지만 결혼과 이혼의 반복, 양육권 분쟁, 과음과 약물 중독, 자살 소동으로 망가진 삶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갈랜드 역을 맡은 러네이 젤위거의 연기가 리얼리티를 더했다.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에서 통통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을 보여줬던 연기파다.

160㎝의 젤위거는 약간 수그린 듯한 자세로 151㎝의 ‘작은 거인’을 되살린다. 입가와 눈가, 이마의 깊은 주름살 분장으로 삶과 무대에 찌든 ‘왕년 스타’의 고뇌를 드러낸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대목은 젤위거가 원 테이크 롱 샷으로 갈랜드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직접 부를 때다. ‘포 원스 인 마이 라이프(For Once In My Life)’ ‘유 메이드 미 러브 유(You Made Me Love You)’ 등이 흘러나올 때마다 가슴이 저릿해진다. 젤위거는 1년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모든 곡을 라이브로 소화했다. 특히 엔딩곡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는 귀에 익숙하다. 시대를 초월한 이 명곡은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젤위거는 이 역할로 미국배우조합, 골든글로브, 아카데미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2019년은 주디 갈랜드가 사망한 지 50주년, ‘오즈의 마법사’가 개봉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였다. 갈랜드의 순탄치 않았던 삶에 한 번 울고, 젤위거 혼신의 연기에 또 한 번 눈물을 흘리게 된다. 12세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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