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안녕! 엄마 여태까지 나 키우면서 힘든 적 많았지? 무뚝뚝하고 아들 같은 딸이라서 애교도 없고 엄마한테 기쁨을 줬는지 잘 모르겠네. 엄마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거 다 해주려 하고 항상 내 편이 되어주고 내가 강하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거 같아.
엄마는 내 나이일 때 한여름에 나를 고생하면서 낳았잖아. 내가 걸어 다니지 못하고 아픈 딸이 되어 버려서 얼마나 당황스럽고 날벼락 같았을까? 긴 암흑 터널과도 같은 병원 생활이 얼마나 막막했을까? 엄마의 22살 청춘 아니 20대 청춘을 딸 병간호에 모두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겠지. 타지 병원 생활에 힘이 들어도 내색조차 할 여유도 없었겠지. 좁은 간이 병원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는 순간에도 엄마의 온 신경은 모두 나한테 있었을 테니까. 내가 병원 생활하다가 어느 날 엄마한테 ‘왜 나는 이렇게 아파야 돼?’라고 물었다고 했잖아.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어. 엄마 마음이 무너질지도 모르고 말이야. 몇 년간 병원 생활하다가 퇴원하고 나서도 내가 조금이라도 아파서 울면 새벽이라도 바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서울 병원으로 달려갔지. 기차 안에서도 엄마는 나를 업은 채로 도착할 때까지 앉지도 못하고 내내 서 있었어. 기차뿐만이 아니었지. 정말 급할 때는 비행기를 타고 병원으로 갔었지.
엄마! 만약에 지금 내 나이에 나 같은 딸이 있으면 나는 엄마가 나한테 해줬던 것처럼 해줄 수 있을까? 솔직히 확신도 없고 자신도 없어. 내가 아파서 한참 동안 아무것도 먹으면 안 될 때 병원 매점에 있는 과자를 계속 먹고 싶어 했는데 엄마가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과자를 먹을 수 없는 데도 사줬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콘칩 과자를 계속 끌어안고 있어서 다 부서지면 엄마가 새로 또 사주고 했었어. 내가 장애 판정받던 날 정말 서럽게 울던 엄마가 무슨 감정이었을지 나는 감히 상상도 못 하겠어. 엄마가 내 목숨은 내 다리와 맞바꾼 거라고 그랬잖아. 내가 병원 생활을 오래 해서 못 걷게 된 거니까. 그런데 나는 전혀 엄마를 원망하지 않아. 해 본 적도 없어. 솔직히 나는 특수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내가 장애인인지도 잘 몰랐어. 초등학교 입학을 결정할 때도, 일반 학교에 갈지 특수학교에 갈지 많이 고민했었잖아. 나는 일반 학교에 가고 싶어 했고 엄마는 특수학교에 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다투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특수학교에 입학하기를 잘한 것 같아. 내가 보건학교에 입학하지 않았으면 내가 만났던 좋은 선생님들 착한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했을 거고, 보건학교에 다니면서 얻은 값진 경험들도 겪지 못했을 거야.
내가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는 게 다 엄마가 노력하고 애쓴 덕분이겠지?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정말 노력해서 꼭 특수교사가 돼서 엄마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선물도 사주고 내가 엄마한테 받은 사랑을 반이라도 돌려줄 수 있도록 할게. 엄마가 젊은 나이에 나를 낳아서 지금도 충분히 젊은 엄마이긴 하지만 엄마의 꼬부랑 할머니 모습은 상상이 안 가고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 그래서 나는 엄마가 천천히 늙었으면 좋겠어. 늙더라도 건강해야 돼! 우리 자매 같고 친구 같은 엄마랑 딸이 되자! 항상 건강하고 평화롭게 살자! 엄마 사랑해.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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