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노벨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받은 ‘구름빵’ 작가 백희나 인터뷰

“어린이·청소년들 빈약한 인권
작가 권리 생각하는 계기 되길
그림책 작가는 외로운 직업
고된 작업에 대한 보상 같아”

67개국 240명 거장들과 경쟁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


“어린이, 청소년의 인권이 하잘것없이 취급되는 우리 현실과 그들을 위해 작업하는 작가의 권리가 보잘것없는 현실에서 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구름빵’ ‘이상한 엄마’ ‘이상한 손님’ 등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와 따뜻한 위로와 연대를 선사해온 백희나(49·사진) 작가가 31일(현지시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받았다.

개인 사정으로 태국에 머물고 있는 백 작가는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워낙 큰 상이고 언젠가 받으면 정말 좋겠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상이라 아직도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수상이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저와 같은 작가들에게도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수상자 발표에서도, 백 작가는 심사위원장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수상 소식을 처음 알게 된 뒤 “수상자라고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문학상은 세계적인 스웨덴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을 기념하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으로, 작가의 작품, 영향력, 공헌 등을 전반적으로 심사해 작가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어린이 문학상이다. 상금은 500만 크로나(약 6억460만 원). 특히 올해는 린드그렌의 대표작인 ‘삐삐롱 스타킹’이 출간된 지 75주년이 되는 해로 더 뜻깊다. 백 작가는 67개국, 240명의 세계적 거장들과 경쟁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백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하며 심사위원들은 “소재와 표정, 몸짓에 대한 절묘한 느낌을 구현하는 백희나의 영화 그림책은 고독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며 “그의 작품은 감각적이고 기묘하며 어지럽고 예리한 곳으로 통과하는 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심사평에 대해 백 작가는 “뭔가 익숙지 않은 칭찬과 격려를 갑자기 받은 느낌”이라며 “시간을 두고 더 자세히 곱씹어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이 조용하고 외로운 직업인지라 인터넷에 올라오는 독자의 서평이 거의 유일한 세상과의 연결이고 고된 작업에 대한 보상이었다”며 생각지도 못한 ‘보상’에 기뻐했다.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공부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백 작가는 아이들을 위한 광고와 멀티미디어에서 일하다 딸이 태어났을 때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뒤 대표작 ‘구름빵’ 등 13권의 그림책을 내놨다. 매년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발표해온 그는 그림책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읽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만드는 저도 즐겁게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 읽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에 그는 일단 건강회복이라고 했다. 이유 뒤에는 대표작 ‘구름빵’을 둘러싼 법정 싸움이 있다. 2004년 출간돼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구름빵’은 고양이 남매가 하늘로 떠올라 아침을 거른 채 허둥지둥 출근한 아빠에게 구름빵을 갖다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백 작가는 출판사와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계약’을 맺어 출판사로부터 받은 저작권료와 지원금이 2000만 원이 채 되지 않아 출판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백 작가는 출판사 등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으나 1·2심 모두 패소했다. 백 작가는 “얼마 전 ‘구름빵’ 재판 2심까지 패소해 정말 힘들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싸움인 것을 알면서도 보잘것없는 작가의 권리에 대해 외치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말 그대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며 “일단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추슬러 일어나려 한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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