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경기대 겸임교수
‘공격헬기’ 마린온 개조 방안
공격·무장力 낮고 가격은 비싸
文정부 ‘KAI 코드 사장’ 연속
북한 기계화군단의 방어를 뚫고 상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병대 특유의 ‘악’과 ‘깡’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대전의 특성상 우수한 장비가 동반돼야 작전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해병대는 적 해안으로 상륙정이나 수륙양용 장갑차를 타고 돌격한다. 상륙의 성공을 높이기 위해 또 다른 해병부대는 헬기를 이용해 적 후방에 강습해 적의 증원군을 차단한다. 그래서 해병대는 항공단을 창설했고, 이는 2개의 기동헬기대대와 1개의 공격헬기대대로 구성된다.
각 대대는 18대씩의 헬기로 만들어지며, 기동헬기대대는 병력의 수송을 맡고 공격헬기대대는 기동헬기들을 엄호하는 역할을 한다. 공격헬기는 많은 수의 대전차 미사일과 로켓, 기관포탄 등을 탑재하고 기동헬기들이 강습하는 적 후방지역의 상공을 선회하며 강력한 화력으로 초토화시키면서 모든 해병대원이 안전하게 적진에 착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또, 적 해안 방어부대를 화력으로 제압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렇게 강도 높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해병 공격헬기는 적 대공포탄에 맞을 확률을 낮춰야 하고, 맞더라도 강한 방어력으로 이를 튕겨내야 한다. 피탄 확률을 줄이기 위해 공격헬기들은 조종사와 무장관제사의 좌석을 직렬로 배치해 아주 좁은 형태의 기체로 설계한다. 또, 동체 아래쪽 중요 부위를 방탄 처리해 웬만한 적의 대공포탄은 뚫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해병 공격헬기를 마린온 기동헬기를 바탕으로 무장형으로 만들어 사용하겠다는 방안이 나왔다. 국방기술품질원의 연구 결과인데, 어이없음을 넘어서 분노가 차오른다. 전문가가 아니면 ‘공격헬기’와 ‘무장헬기’의 차이점을 알기 힘들다. 그러나 국방부와 해병대,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무장헬기는 기동헬기에다 무장을 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생존력과 공격력이 공격헬기보다 한참 떨어진다.
보도에 따르면, 총사업비를 8000억∼1조 원으로 예상한다고 하니 대당 444억∼555억 원이다. 이는 육군이 도입한 최강 공격헬기 AH-64E 아파치보다 비싼 가격이다. 육군의 아파치 헬기는 1조8000억 원의 예산으로 36대를 도입해 대당 500억 원이다. 여기에는 6대의 롱보 레이더, 추가 엔진, 각종 부품, 미사일 등 무장들이 포함돼 있으니, 순수 헬기만의 가격인 마린온 무장형보다 훨씬 싼 것이다. 적을 기습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공격하는 해병대 상륙작전의 특성상 정식 공격헬기에 비해 방어력과 공격력이 한참 못 미치면서도 더 비싼 ‘마린온 무장형’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전적으로 외압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마린온 헬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사장 임명은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다. 현 정부 초대 사장은 조국 전(前) 청와대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부임했다. 그의 후임 사장은 현 정부 초대 청와대 일자리수석으로 내정됐던 인물이다. KAI 사장은 이른바 청와대 수석급들이 가는 것이다. 당연히 국방부 장관이나 해병대 사령관이 눈치를 볼 가능성이 큰 구조다. 초대 사장 재임 기간에 KAI는 전투기나 헬기의 완제품 해외 판매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기껏 올린 매출은 기왕에 해외 판매됐던 기체들의 개량 사업들 정도다.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었던 미 공군 훈련기 사업에 실패하며 전 정부 시절 올렸던 많은 실적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런 조급함의 발로로 해병대 공격헬기 사업을 KAI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안보는 물론, 해병대에 바친 청춘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수많은 해병 전우의 가슴을 짓밟는 행위다.
KAI 제품과 관련된 육·공군의 젊은 영관급 장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참모총장보다 KAI 사장이 훨씬 세다. 결국, KAI가 하자는 대로 가게 된다.” 정말 슬픈 이야기다. 안보에 사적인 이익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침묵하는 노회한 장군들의 이익보다 초심을 잃지 않은 젊은 장교들의 이런 슬픈 푸념이 없어지려면 KAI는 하루빨리 완전 민영화돼야 하고, 군은 오직 국민과 국가 안보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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