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내일 4월 2일부터 13일간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이다. 국회의원은 국가 운영의 근간인 법률을 만들고 국가예산안을 확정하며 국정감사까지 수행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생산적인 토론과 번뜩이는 지혜의 경연이 있는 바람직한 국회를 만드는 것은 공정한 선거에서 출발한다. 선거의 공정을 위해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데, 무엇보다 대통령을 비롯해 선거관리위원회, 검찰·경찰 등 선거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의 중립적인 공정한 선거관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민주화가 이뤄진 이래 지금처럼 공무원의 선거 중립에 대한 불신과 관권(官權)선거 개입 우려가 제기된 적이 없었다. 우파 야당의 당대표를 비롯한 후보자들의 유세 현장에서 좌파 단체 회원들이 악의적인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후보자를 둘러싼 채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의 선거 방해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선거방해 범죄를 진압하고 예방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경찰이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신고를 받고도 뒤늦게 출동하거나 수수방관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위 단체의 회원 등이 전국의 우파 야당 유력후보자들만 찾아다니며 조직적인 선거방해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이른바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사전 수사 지휘를 폐지하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시행 전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까지는 검찰이 선거사범에 대한 사전 수사 지휘를 해야 하며,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서는 경찰이나 선관위의 적극적인 진압·예방활동이 요구된다. 검찰도 일반적 선거 수사 지침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사전 수사 지휘에 나서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대책의 하나로 정부는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야당에서는 이를 이번 총선을 겨냥한 매표행위라고 규탄한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정부와 의회 상원의 여야 지도부가 합의해 전 미국민에게 4인 가족 기준 3400달러를 지급하고, 기업·실업자·의료기관 등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긴급재난지원금은 대상자가 코로나19로 인해 재난을 당한 자에 국한되지 않으므로 그 성격이 재난지원금인지 미국처럼 경기부양금인지 모호하다. 또, 경기부양금이라면 하위 소득자 70%에게만 주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위헌 여지도 있는 등 문제점이 적잖다. 그리고 그 지원금은 구체적인 처리 기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돼야 시행될 수 있으므로 4·15 총선 이후의 국회에서 심의해 정할 문제다.

지금은 코로나19의 감염 확산 차단과 공정한 선거관리에 집중할 때다. 그런데도 선거를 불과 15일 앞두고 성급히 여당에 유리한 내용을 발표부터 하는 것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정선거 범죄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가 선거운동기간에는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의 공정성은 건축물의 기반과 같다. 공정하지 못한 선거는 민의를 왜곡(歪曲)시킬 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자 측 시민으로 하여금 선거에 승복할 수 없게 함으로써 공동체 의식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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