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분담금 실무협상이 진통 끝에 타결됐다고 한다. 잠정 합의된 주요 내용은, 유효 기간을 5년으로 하되 분담금은 일정 부분 인상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인상 폭이 지난해의 10% +α 수준이라면, 협상이 비교적 잘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측은 지난달 7차 회의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무급휴직이 강행됐지만, 갈등 사태가 장기화 전 수습된 것도 다행이다. 협상 기간을 5년으로 되돌린 것 역시 바람직하다.

방위비 협상이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진통을 겪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인상하더라도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었다. 이 부분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어냈는지 아직은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가 재정전문가를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부터 동맹 무지의 발로다. 수치 조정이 안 되면 판을 깰 수도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 의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한 요구로 동맹을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한국의 여당 중진들은 “그럴 바엔 주한미군 철수가 낫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반미(反美)’ 캠페인도 불사하겠다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협상은 한·미 혈맹 70년사에 깊은 내상(內傷)을 남겼다. 양측이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 창설 후 처음으로 한국인 근로자를 ‘인질’ 삼아 벼랑 끝 협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동맹의 신뢰가 바닥임을 입증해준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데 한·미 훈련은 중단된 상태다.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는 최근 “한국인과 미국인은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고 했다. 한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도 곧 미국으로 공수된다. 문 정권은 방위비 협상 갈등을, 동맹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동맹 강화를 위한 재고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