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서 대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피 말리는 글로벌 경쟁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무역 흑자를 달성함으로써 ‘국부(國富)의 원천’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1류 기업들까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다수 기업이 해당되는 12월 말 결산 법인의 주주총회가 3월에 끝나면서 지난해 대기업의 실적도 확정됐다. 1일 발표된 영업 실적 통계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전혀 없던 지난해 이미 대기업 실적은 반 토막 난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터베이스 인포빅스가 10대 그룹 비금융 계열사 94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34조77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60% 급감했다. 삼성 12개 계열사에서 65% 준 것을 비롯해 SK -75.8%, LG -64.1%, 롯데 -31.4% 등 온전한 그룹이 거의 없었다. 같은 날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2019년도 국내 대기업집단 계열 358개사의 경영 실적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 4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여력이 있다는 대기업의 실적 악화도 심각하지만, 특히 매출까지 뒷걸음했다는 건 지난해 기업이 얼마나 극심하게 위축돼 있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와중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대기업마저 돈 가뭄을 겪으며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고용이 많고 전·후방 연쇄 파장이 큰 대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국가적 위기다. 대기업들이 이 정도라면, 다른 중견·중소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대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친 배경엔 반도체 불황과 미·중 무역분쟁 등 외생변수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펼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기업을 더욱 옥죄는 규제 등이 기업을 짓눌렀다. 이념에 기초한 반(反)기업 친(親)노조 정책으로 대기업 경영인을 ‘잠재 범죄인’ 취급하는 정책 기조가 초래한 필연적 결과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재계 회동에서 “투자·수출·고용 지표가 좋아졌고, 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도 뚜렷해졌는데 코로나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이런 잘못된 인식으론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더 큰 재앙을 부르게 된다. 반기업 정책부터 확 바꿔야 한다. 결단이 늦어지는 만큼 경제는 회생 불능의 나락에 더 깊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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