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두 달이 훌쩍 넘었다. 그새 대구·경북 지역의 대유행이 있었고, 전국적으로 환자 발생이 끊이지 않으며, 해외 유입 사례가 늘면서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의사나 간호사도 120명 이상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매우 위중한 상태인 의료인이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19 방역 현장과 확진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서 수많은 의료진이 끝이 안 보이는 싸움에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의학 교과서를 보면 감염질환의 고위험군으로 의료인이 포함된다. 감염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주의하지 않으면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 근무 의료인은 사전에 여러 가지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하고 개인보호구 착탈 훈련을 받는다. 개인보호구를 입고 벗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제대로 훈련되지 않는 경우 감염의 원인이 된다. 보도 사진을 보면 N95 호흡기나 고글을 장시간 착용해 얼굴에 깊은 흔적이 남거나 상처를 입은 의료진의 얼굴이 나오는데 그만큼 개인보호구 착용은 고통스럽다. 레벨D 보호복을 입은 경우 10∼15분이 지나면 땀이 흐르기 시작해 2시간 정도 근무하면 탈진할 수 있다. 그러나 신종 감염병의 위험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
전쟁을 다룬 영화를 보면 군인들의 사기가 가장 크게 꺾이게 되는 상황이 전우의 부상이나 사망이다. 동료 의료진이 신종 감염병에 감염돼 중증 환자가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 다른 의료진의 심리적 동요는 커져서 적극적인 진료가 불가능해지거나 상당한 위축이 오게 된다. 코로나19의 최초 유행지인 중국 우한(武漢) 시에서 대량 환자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의료진의 감염과 사망이 있었고,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도 대량 환자가 발생하면서 의료진의 개인보호구가 부족해 의료진 감염이 위험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
의료진의 감염은 단순히 끝나지 않는다. 감염된 의료진이 업무에서 배제되면 다른 의료진이 이를 메우는 과정에서 피로도가 높아지고 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감염된 의료진이 조기에 확인되지 않으면 진료 과정에서 다른 환자에게 감염이 전파되고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 중증 감염이 발생해 사망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신종 감염병 외의 다른 중증 질환자 진료에도 공백이 생기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2주 전, 퇴근 중에 시작된 열감과 기침으로 다음날 호흡기안심진료소를 찾았고, 흉부영상검사에서 폐렴이 발견돼 24시간 동안 격리돼 코로나19 감별 진단을 받아야 했다. 입원 환자를 갑작스럽게 다른 의사에게 부탁하고 외래 진료도 중단해야 했다. 필자와 접촉한 모든 의료진과 경영진이 코로나19 확진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코로나19가 아닌 세균성 폐렴으로 결론이 났지만, 그때의 아찔함은 표현하기 어렵다.
지금 코로나19는 장기전에 들어간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의 소진은 가장 경계하고 예방해야 하는 부분이다. 신체와 정신의 소진이 오지 않도록 적절한 순환 근무와 치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진의 탈진을 예방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개인보호구 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 저녁마다 시민들이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박수를 치는 영상을 보면 울컥하는 감정을 다스리기 어렵다. 의료진에게 무엇보다 좋은 치료제는 국민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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