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사태가 공연계에 새로운 풍조를 만들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Untact) 콘텐츠가 떠오르며 온라인 공연의 급속한 확산이 시작된 것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단체까지 참여했다. 국내 예술단체들도 기존 작품 영상을 온라인 채널로 내보내고, 신작을 관객 없이 공연하며 중계하는 실험도 한다.
공연은 제작진과 관객이 직접 만나 호흡하며 벅찬 감흥을 함께하는 현장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영상 작업은 기록용으로 제한해 왔다. 영화관에서 공연 영상을 틀어 주는 경우가 있었으나, 말 그대로 스페셜 이벤트였다. 이번엔 집에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일상적으로 공연을 감상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 국내 예술단체들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큰 호응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연계를 고사 위기로 몰아넣은 감염병 사태가 역설적으로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 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공연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된다. 이렇게 엄청난 걸 공짜로 봐도 되나, 싶은 것도 수두룩하다. 이런 소비 습관이 쌓이면 오프라인 유료 공연을 기피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해 현장 전문가들은 기우라고 일축했다. 관객이 고품질의 온라인 무대를 접한다면 입소문이 퍼져 공연장에 오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중계를 한 후에 공연장 관객이 급증한 뮤지컬 ‘마리 퀴리’가 그 증거라고 했다. 각 상황에 맞춰 제한 상연 등 적절한 전략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무대 공연을 진행하며 고품질 영상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제작자들은 꾸준히 공력을 쌓아야 하고, 예술단체들은 제작을 뒷받침하며 안정적 스트리밍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문화 진흥 책무가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유통, 보급 시스템 구축에 애써야 할 것이다.
오프라인 무대는 온라인 공연과 협업 혹은 경쟁하면서 관객에게 좀 더 친절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길 바란다. 턱없이 비싼 티켓 값은 조정하고, 동시에 마구잡이 할인도 줄였으면 한다. 그래야 공연 관람 인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정부의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작년에 공연 장르를 접한 국민 비율은 10%대에 그친다. 문화국가를 꿈꾸는 공동체로서는 미흡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남녀 관객 비율은 공연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으론 남성이 20%대를 넘지 못한다. 대부분 여자 친구 혹은 아내에게 봉사할 마음으로 따라온 남자들이다. 이런 ‘착한 남자들’뿐만 아니라 공연 자체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늘었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남성들이 온라인 게임 못지않게 온라인 공연에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 새 흐름을 경험하는 데 시간을 들여야 재미와 감동을 주는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그것이 공연장을 찾는 동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물론 공연 예술을 많이 본다고 해서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의 자신보다는 나은 인간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좋은 작품은 심미적 만족감과 영혼의 고양을 느끼게 하고, 세상과 삶을 폭넓게 보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무대를 찾은 시간만큼 타인의 희로애락에 공감하는 폭이 커질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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