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상 슬리마니 ‘격리일기’
“엘리트들의 사치스러운 행태”


프랑스의 유명 작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한적한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피난기’를 기고하자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엘리트들의 사치스러운 행태라는 지적과 함께 “18세기 베르사유 트리아농 궁에서 농부 흉내를 냈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같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2016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레일라 슬리마니는 지난달 18일 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오늘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방의 창틈으로 언덕 위의 여명이 동터오는 것을 보았다”고 적었다. 가장 최근 기고한 지난 3일의 일기에선 “코로나19 전염병이 타인의 피부를 점점 덜 만지게 되는 경향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슬리마니는 지난달 13일 한적한 시골 마을의 별장으로 거처를 옮긴 후 일간 르 몽드에 ‘격리 일기’라는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슬리마니의 연재에 대해 프랑스에서는 부르주아 작가의 무신경한 취미라는 식의 비판이 이어졌다. 소설가 디안 뒤크레는 주간지 마리안에서 슬리마니를 프랑스 혁명기 당시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어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다. 슬리마니의 격리 생활은 동화와도 같다”며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람들의 분노와 공포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강조했다. 슬리마니의 연재가 프랑스 대혁명 당시 분노한 민중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사치에 몰두했던 구체제의 왕비와 같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인기작가인 마리 다리외세크도 지난달 20일 주간지 르푸앙에 기고한 피난기로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정부의 이동제한령이 발효되기 직전 고향인 바스크 지방으로 다급히 피난을 간 얘기를 쓰고는 “파리 번호판을 단 차를 갖고 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돼 차고에 있던 낡은 차를 꺼냈다”고 적었다. 이동제한령으로 집에 갇혀 있는 많은 프랑스인이 이 글을 읽고 분노했다. 지난달 17일 정부가 이동제한령을 내리기 직전 파리와 리옹 등에 거주하는 부유층이 지방의 시골 마을로 몰려들어 원주민들이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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