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도 ‘나홀로 트레이닝’
모르면 후배에게도 물어보고
훈련일지 하루도 거르지 않아
연습벌레에 질문·메모 마니아
“코로나로 더 발전할 시간 벌어”
손혁 감독 “제구력·배짱 OK
좌우 타자에 모두 강해 기대”
키움의 왼손투수 이영준(29·사진)은 늦깎이. 덕수고, 단국대를 졸업한 이영준은 2014년 KT에 2차 7라운드(전체 75순위)에서 지명받아 프로에 입문했지만,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2014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2017시즌을 앞두고 테스트를 거쳐 넥센, 지금의 키움에 입단했다.
키움에서도 이영준은 뒷전으로 밀렸다. 불펜으로 2017년 10경기에 출장했으나 1승,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2018년엔 2경기에 출전,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2.50에 머물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해 기회를 얻었다. 정규시즌 29경기에서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유지하며 뒤늦게 가치를 입증했고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8경기에서 모두 4.2이닝을 던져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제 이영준은 키움 불펜의 핵심자원으로 꼽힌다. 키움은 불펜이 강하다. ‘벌떼불펜’으로 불릴 만큼 수준급 중간계투요원이 넉넉하다. 특히 이영준은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에서 손혁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원포인트 릴리프에서 필승조로 보직이 바뀌었다. ‘승진’인 셈.
손 감독은 “이영준은 왼손으로 던지면서도 오른손, 왼손타자를 모두 상대할 수 있는 투수”라면서 “140㎞대 후반의 묵직한 직구,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와 제구력은 수준급”이라고 설명했다. 손 감독은 “이영준은 무엇보다 두둑한 배짱이 매력포인트”라면서 “1군 무대에서 던진 적이 적어 장단점 노출 또한 적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준이 20대 후반에 빛을 보게 된 건 꾸준한 자기 계발 과정을 거쳤기 때문. 이영준은 소문난 연습벌레다. 스프링캠프에 앞서 강도 높은 개인훈련으로 최상의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프로 입문 이후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를 경험했다. 스프링캠프에선 새벽, 오전, 오후, 야간훈련을 거르지 않았고 휴식일에도 외출 대신 ‘나홀로 트레이닝’에 몰두했다. 손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가장 큰 이유.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 뒤 국내 훈련에서도 늘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영준은 또 ‘질문왕’이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후배, 동료들에게 달려가 꼬치꼬치 캐묻는다. 마운드에서의 호흡법과 볼 배합,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쉴 새 없이 묻는다. 왼손투수인 선배 오주원(35)으로부터 주자 견제 노하우를 전수받았고, 오른손투수 조상우(26) 등 후배들로부터 구질별 그립 등의 요령을 배웠다. 김재웅 키움 매니저는 “이영준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코치와 동료, 선배는 물론 후배에게도 주저하지 않고 질문한다”면서 “프로 7년 차이지만, 항상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식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리고 이영준은 훈련일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성한다. 그날그날마다 어떻게 훈련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떤 조언을 들었는지를 빠짐없이 메모한다. 훈련일지는 이영준의 가장 큰 재산이다. 이영준은 “도움이 될 만한 내용, 조언, 이야기를 들으면 반드시 훈련일지에 적는다”고 설명했다.
이영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즌 개막이 미뤄졌지만,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는 더 많은 경기에 출장해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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