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도전받고 있다. 똑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언론사가 같은 여론조사 기관(알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된 조사 결과가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총선 여론조사가 너무나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2016년 총선 사흘 전에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새누리당 157∼175석, 더불어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5∼32석, 정의당 3∼8석 등의 예측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민주당이 123석으로 제1당이 됐고,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제2당으로 전락했다. 당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민주당 후보는 3월 2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 45.8%, 제가 28.5%로 보도됐다. 17.3%포인트 격차”라며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다. 실제 투표에서 정 후보가 52.6%를 얻어 39.7%를 얻은 오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2016년 총선 당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조차 ‘1당 예측 실패’로 ‘여론조사 무용론’이 제기됐다. 여론조사 결과가 기관마다 들쭉날쭉하고 심지어 맞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각각인 조사 방법(자동응답 또는 전화면접), 특정 지지층 여론이 과대 반영되는 표본 선정, 적은 표본 수, 낮은 응답률, 표준화되지 않은 질문 방식, 특정 계층이 응답을 잘하는 시간대에 조사 실시, 숨은 부동층에 대한 분석 부재 등이 핵심 요인이다.
현대 민주주의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해 나가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침묵의 나선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소외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신이 지배적 여론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때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침묵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여론의 흐름을 지배하는 의견은 ‘밴드 왜건’ 효과에 따라 강화되고, 소수 의견은 이른바 침묵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된다.
또한, 유권자의 전략적 움직임을 자극한다. 전략적 유권자는 자신의 선호도보다 선거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표 방향을 결정한다. 선거 여론조사는 이러한 평가 과정에 당선 가능성이 누가 크고 누가 작은지 등의 정치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를 부추긴다. 그런데 여론조사가 왜곡되면 유권자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결국 민주정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론조사는 객관성이 생명이다.
결과가 왜곡된 것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 조작’이 될 수 있다. 들쭉날쭉하고 예측력이 떨어지는 여론조사의 오류를 차단하기 위해선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론조사는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생각도, ‘무조건 맞는다’는 생각도 모두 틀린 것이다. 여론조사는 현재의 스냅 사진에 불과하며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참고자료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투표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유권자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으로 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들이 정책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여론에 편승한 인기 투표 아닌 정책 투표를 할 수 있고, 자신이 던진 한 표에 책임을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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