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도시 /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불러낸 책이다. 10여 년 전에 나와 주목을 받았다가 절판됐으나, 아마존닷컴 등에서 역주행하는 바람에 한국어판도 재출간됐다.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이 쓴 이 책은 공중위생 문제와 함께 도시 문명의 미래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영국 런던에서 19세기 중반, 즉 1854년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있었던 콜레라 확산과 억제 과정을 역사 다큐멘터리로 생생하게 복원했다. 다큐의 주인공은 감염지도를 만든 의사 존 스노. 교구 목사 헨리 화이트헤드는 스노를 도와 콜레라를 저지한 조역이다. 흥미롭게도 그 과정에서 ‘공공 방역의 화신’ 에드윈 채드윅과 ‘백의의 천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방해꾼으로 등장한다.

외과의였던 스노는 마취 실력이 탁월해 명의로 유명했다. 그는 그 명성에만 기대지 않고, 콜레라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 맞서 싸우며 공중보건학에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주류 보건 전문가들은 콜레라가 비위생적인 공간에 가득 찬 독기(Miasma) 탓이라고 믿었다. 중앙보건국 수장인 채드윅이 그랬고, 간호학 개척자 나이팅게일도 감염병이 공기의 독기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스노는 콜레라 자료들을 분석한 후 콜레라가 정체 모를 매개체를 통해 옮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콜레라가 발생한 빈민촌을 꼼꼼히 조사해 증거를 모았고, 런던에 식수를 공급하는 회사의 자료도 조사했다. 그걸 취합해 감염지도를 작성한 후 상수도가 오염돼 콜레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는 화이트헤드 목사 도움으로 교구 이사회를 설득해 콜레라가 유행한 브로드 가의 펌프를 제거했다. 이 순간이야말로 ‘인간과 콜레라균의 싸움에서 역사적 반환점’이라는 게 예방의학 석학인 전문가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이 책 추천사를 쓴 황 교수는 “스노가 집집마다 확인해 작성한 감염지도를 지금은 스마트폰과 연결한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그려낼 수 있다”며 “불확실성과 싸워야 하는 신종 감염병 대처에서 질병 정보 시각화는 빠른 방역 조치 결정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지도를 만든 한 의사의 헌신이 당시 콜레라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구했다는 사실은 오늘의 시각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이 책은 스노의 영웅담을 넘어서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런던 시민은 신설 수세식 변소 또는 서더크 상수회사가 공급하는 값비싼 식수를 즐길 때, 기술을 통해 일상을 편리하고 사치스럽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콜레라균의 DNA까지 재설계한 셈이다. 시민들 자신은 전혀 깨닫지 못한 채였지만 말이다. 결국 콜레라균을 한층 효과적인 살인마로 바꾼 것은 런던 시민들이었다.” 344쪽, 1만5800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