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김성우·엄기호 지음 / 따비

읽고 쓰기로 의미찾는 ‘꼰대’
보고 찍으며 소통하는 신세대

세대간 자기주장만 하지 말고
영상·텍스트 장점 인정 통해
권력 차등화하는 바벨탑 아닌
상호보완적 브리지 지향해야


아빠와 아들의 공통점 하나. 궁금한 게 생기면 둘 다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아빠는 D나 N으로 시작하는 포털에 궁금한 것을 묻는 반면, 아들은 유튜브에서 거의 모든 걸 해결한다. 텍스트와 영상의 차이, 그것은 세대를 구분 짓는 큰 잣대가 된 지 오래다. 응용언어학자 김성우와 문화연구자 엄기호의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텍스트와 영상 사이, 즉 읽기와 쓰기, 듣기와 보기 등 우리 시대의 ‘리터러시’의 확장 가능성을 묻고 답하는 책이다. 보통 ‘문해력’으로 번역되는 ‘리터러시’는, 유네스코의 정의에 따르면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 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능력”을 뜻한다. 최근에는 “인쇄 및 필기 자료”를 뛰어넘어 뉴스, 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환경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읽기에서 보기”로 그 영향력이 넘어간, 즉 멀티미디어 시대의 리터러시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세대가 영상의 문법에 열광하는데도 “교과서와 시험”에 갇힌, 즉 “정해진 의미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교육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이 간극의 폐해를 엄기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읽고 쓰는 것을 통해 의미를 파악하고 구성하는 사람들과 보고 찍는 것으로 그걸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세대 갈등에도 이런 측면이 깔려 있다고 보고요.” 읽고 쓰는 것이 중심인 사람들은 보고 찍는 게 중심인 사람들이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레짐작하기 쉽다.

리터러시의 핵심은 맥락을 파악해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인데도, 그것을 일종의 권력과 연결시키는 사람도 많다. “나는 리터러시 100인데 쟤는 리터러시 80이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안에 일종의 바벨탑을 쌓아가는” 일에 흡족해한다. 하지만 오늘날 리터러시는 바벨탑이 아니라 “다리”를 지향해야 한다. 김성우의 말을 옮겨 보면 이렇다. “일종의 브리지, 다리를 놓는 것이 리터러시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민주주의체제에, 또 다양한 담론이 쉼 없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지금의 사회에 맞는 메타포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관점에서 보자면, 나한테 리터러시 자원이 많이 있다는 것은 타인을 깔볼 자격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을 수 있는 능력이 많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일명 ‘꼰대’라 불리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 시대의 리터러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인 셈이다.

물론 “사유역량”을 키우는 것이 텍스트를 읽는 현상으로만 키워지는 것은 아니다. 웹툰도 가능하고 동영상이나 영화도 가능하다. 젊은 세대는 말할 것이다. “왜 그걸 책으로 읽어, 복잡하게. 영상으로 잘 나와 있으니까 영상으로 보면 되지.” 하지만 역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편견이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책을 읽어 맥락을 파악하고 사회를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한 채, 영상만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 균형을 찾기 위한 방편을 김성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태까지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대부분이 텍스트로 돼 있기 때문에 그걸 싹 무시하고 좋은 영상을 만든다는 건 만용이에요. 그리고 글도 많이 써보는 게 좋아요. 글이 갖는 특징과는 다른 영상만의 특징을 구현해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요.” 세상의 모든 리터러시는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좋든 싫든 리터러시는 우리 시대를 가늠하는 하나의 잣대가 됐다. 그런 점에서 엄기호는 “멀티리터러시 시대에 리터러시 교육은 교육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남녀노소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진 세상에서,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 그것의 용도를 묻고 답하는 일은 실제로 교육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이 교육은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의 역량을 담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부 자체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바뀐 마당에, 새로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다름을 생각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자는 것이다. 제목만 보면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다시금 책으로 돌아가자는 구호처럼 읽힐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읽고 쓰는 일 외에도 인간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활동, 즉 삶이 개별 인간은 물론 인류에게 어떤 족적을 남길지, 풍성한 논의를 담고 있다. 296쪽, 1만6000원.

장동석·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