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고문

‘사랑하게 두십시오/ 더 깊이 더 오래/ 사랑하라 하십시오/ 사랑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더라도/ 사랑하라 하십시오/ 사랑하는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보상이며/ 사람 세상에선/ 사랑 이상의 가치가 없습니다’. 김남조(93) 원로시인이 ‘노을 무렵의 노래’라며 지난 2월 펴낸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에 담긴 시 ‘사랑하게 두라’ 전문(全文)이다. 수록한 시 52편 중에는 ‘사랑 안 되고/ 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 긴 세월 살고 나서/ 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이즈음에 이르렀다/ 사막의 밤의 행군처럼/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 그 이슬 같은 희망이 내 가슴 에이는구나’ 하는 ‘사랑, 된다’도 있다. 그가 ‘사랑의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이유와 함께, 그의 시에 표현된 ‘사랑’이 인간에게 삶의 이유와 원동력이면서 초월적·형이상학적 의미로도 읽힌다는 평론가들의 분석에도 공감하게 하는 시들이다. 자신을 3인칭으로, ‘그는 어릴 때부터/ 춥고 무섭고 외로웠다/ 자라면서 다른 사람들도/ 춥고 무섭고 외로워함을 알았다’ 하고 시작하는 시 ‘시인’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이던 1950년 ‘성수(星宿)’ ‘잔상(殘像)’ 등을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내놓은 뒤로 줄곧 사랑을 노래하며, 많은 사람의 가슴에 감성의 강이 흐르게 했다. ‘편지’도 그런 시다. ‘그대만큼 사랑스런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하고 시작해,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았다’ 하고 끝나는. 또 다른 시 ‘상사(相思)’엔 이런 대목도 있다. ‘언젠가 물어보리/ 죽기 전에 단 한 번 물어보리/ 그대 혹시/ 나와/ 같았는지를’.

생전의 마지막일 수 있는 시집 발간의 소회로 ‘모든 살아 있는 것의 장하고 아름다움, 동시에 한없이 애처롭고 허약함, 다시 말하면 삶의 능력과 삶의 고난이 함께함을 알아가는 인간 교육의 양면성과 삶의 운명성을 깨우친다’고 한 그가 전집(全集) 15권을 올 상반기 중에 낼 예정이라고 한다. “다시 보니 고칠 게 많아 몇 줄씩 빼기도 하고 넣기도 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그의 시 상당수는 더 섬세하고 깊어질 것으로 보여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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