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영 정치부 차장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40만 명을 넘어섰지만, 북한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가 격리자가 2만 명을 넘었다고 밝히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일 북한의 확진자 ‘0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 관한 한 우리는 완전히 ‘깜깜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4면에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우리나라 사회주의 보건제도는 가장 우월한 인민적인 제도’라는 제목의 논설이다. 김일성 주석의 ‘인민보건법’ 공표 40주년인 이날을 기리고 있는 논설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인민의 생명·건강 보호·증진을 제1의 국사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 당의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보건제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8일에도 확진자는 없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신고했으며, 709명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하는 등 검사 역량도 갖췄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북한식 선전이지만, 북한의 ‘코로나19 청정국’ 주장은 상당히 찜찜하다. 공식 발표와 달리 북한의 행보는 다소 기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에 “가장 모범적 국가”라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왜 평양종합병원의 연내 완공을 독촉할까. 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초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으며, 북한은 3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을까.

문제는, 모든 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통일부가 대북 방역 지원 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이달 초 민간단체의 1억 원 상당에 달하는 손 소독제 대북 지원을 처음으로 승인했다. 유사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보건 제도’를 자랑하는, 지난 3월에만 남측을 사정권에 두는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4차례나 한 북한에 남측이 먼저 방역 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순이다.

국내에서도 언제든 코로나19 감염이 재확산될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 방역을 지원하려면 최소한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먼저, 북한 스스로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1차 전제조건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대미·대남 협상력 제고를 위해 ‘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 미사일 역량을 키우는 행동도 중단해야 한다. 당장 오는 10일 개최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젊은 지도자’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도 대북 방역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 모멘텀을 마련할 생각이라면 북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뒤 국민의 양해부터 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친서에서 방역을 요청했는지부터 공개하고, 민·관 지원 프로그램의 모니터링 등 투명성을 보완하는 작업도 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의 비공개 요청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정부는 대북 방역 지원을 무조건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로 삼기보다는 그동안 물밑·비공개로 계속해 온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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