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 전 국회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자택 앞 공원에서 “지금의 요지경 선거판은 국민과 유권자를 우습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용갑 전 국회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자택 앞 공원에서 “지금의 요지경 선거판은 국민과 유권자를 우습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원조 보수’ 김용갑 前의원

北에 끌려다니며 평화 구걸
족보도 없는 ‘소주성’
적폐청산 한다며 최대적폐 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헌법 지키는 게 보수의 가치

與·野 모두 위성정당 만들고
정치 잘한다고 자화자찬
국민·유권자 우습게 아는 것

재원방안 없는 재난지원금
총선전 발표한건 선거법 위반


[인터뷰 = 유병권 정치부장]

김용갑 전 국회의원은 “지금 선거판은 요지경”이라며 “나라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자기들은 위성정당을 안 만든다고 큰소리를 쳐 놓고서는 선거에서 안 되겠다 싶으니까 위성정당을 만들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정치를 잘한다고 자랑하고 있다”며 “국민과 유권자를 우습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이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선거에서 돈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아느냐”며 “국민에게 100만 원씩 준다고 하는 것은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그는 ‘새천년민주당은 북한 노동당 2중대’ ‘좌익 척결’ 등의 보수 강경 발언으로 유명하지만, “뉴라이트는 보수 주류가 아니다”라고 보수파를 비판하는 원조 소신파이다. 지난 2008년 18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국회 본관 앞에서 두 팔을 머리 위로 힘껏 들고 “굿바이 여의도”를 외치며 깨끗하게 정계를 떠났던 ‘원조 보수’를 12년 만에 만났다. 그는 “이념과 생각이 달라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싸우면 누군가는 중간에서 접점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런 노력을 하면 100%는 아니다 하더라도 세상일이라는 게 어느 정도 풀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역할은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자택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났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제 좌파정권이 퇴진하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가 나라를 이끌게 돼 안심하고 물러갈 수 있게 됐다. 제 소임을 마쳤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정계를 은퇴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살고 싶었는데, 나라가 이렇게 되니 어찌 편할 수가 있겠나. 안보가 제일 걱정이다. 그런데 국민이 안보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북한이 핵을 완성했다. 이는 협상으로 북한을 비핵화할 수 없다는 말이다. 북한에 굽신거리고 끌려다니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굴복하고 요구하는 대로 다 해주는 게 나라냐. 그런 걱정을 하는데 어찌 편할 수 있겠나.”

―문재인 정부는 그래도 전쟁이 일어난다는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고 자랑하지 않느냐.

“남북군사합의(9·19합의)로 북한군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냥 전방으로 내려올 수 있게 됐다. 우리가 군사력은 강했는데, 이제는 훈련도 하지 않아 ‘당나라 군대’가 다 됐다. 핵도 없지, 미사일도 북한이 더 고도화했지, 정신력에서도 밀리지 모든 게 북한에 열세다. 대통령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면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게 족보도 없는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앞서가는 원전을 왜 폐쇄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우리도 핵을 보유해서 평화를 유지하자는 입장인가. 동북아 핵무장 경쟁을 우려하는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핵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었지만 이젠 미국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일본도 핵을 가지려 하고 있다. 우리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핵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도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일본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 평화는 힘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나라가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된 것 같으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신을 반대한 사람도 포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소통을 잘하겠다고 말을 했을 때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완전히 자기 지지층만의 대통령이 됐다. 지난 3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며 취임사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신 적폐를 쌓은 게 아니냐. 이젠 현 정권이 최대 적폐가 됐다. 나라에 지은 죄에 대해 현직 대통령에게 지금은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누가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같은 사람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하면 안되는 거였다. 민정수석이 대통령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위해 있는 것 같았다. 민정수석은 민심을 정확하게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직언해야 한다. 나도 민정수석을 해 봐서 아는데, 대통령 앞에서 보는 것과 청와대 바깥에서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청와대는 장막에 가려 있어 청와대 논리와 세상의 민심은 괴리가 심각하다. 그걸 연결해 주는 참모가 민정수석이다. 지금 청와대에는 ‘No’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조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인가.

“위선자다. 자기가 한 잘못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못된 사람이다. 문 대통령도 나중에 청와대를 나와서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있을 텐데, 조국 같은 사람을 쓴 것을 분명히 후회할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집으로 가지 못하고 백담사로 가서 2년간 귀양살이를 했다. 그때 전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민정수석이었던 내가 한 말이 다 옳았지만 받아들이기 무척 힘들었다면서 고맙다고 하더라.”

김 전 의원은 1987년 6·10 민주화 항쟁이 한창일 때, 시위 현장을 직접 돌아본 뒤 임기가 8개월 남은 전 전 대통령에게 “임기가 얼마 남았는지 아느냐” “정국을 수습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은 뒤 야당과 학생·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자고 건의했다. 김 전 의원은 “직선제를 주고 이기는 방법을 찾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대통령을 설득했다. 그는 ‘땡전 뉴스’를 없앤 것으로도 유명하다. 땡전 뉴스는 전두환 정권 시절 오후 9시를 알리는 ‘땡’하는 시보와 함께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이란 멘트로 방송 뉴스가 매일 시작된 것을 비꼰 말이다. 김 전 의원은 “1983년 대한항공(KAL)기 폭파 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땡전뉴스’가 맨 처음 나가는 것을 보고 대통령에게 이런 것을 알고 있었느냐. 국민 전부가 아는데 대통령만 모르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직언을 들은 전 전 대통령은 땡전 뉴스를 없애라고 지시했다.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의 지난 3년간의 실패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정권 심판론이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선거와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마련해 놓지 않고, 선거가 끝난 뒤 5월 중순쯤 지급하는 것을 선거를 앞두고 발표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보수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수의 가치를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헌법을 지키는 것이 보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를 지키는 것이 보수다.”

―오는 15일 치러지는 총선은 어떻게 될 것 같나.

“현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견제받지 않는다면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때는 무엇을 해보려 해도 늦는다. 보수가 이기는 것보다 정부 견제가 더 중요하다. 김종인이 미래통합당에 들어와서 선거를 도와주고 있는데, 정말 고마운 일이다. 김종인은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스타일이다. 통합당이 김종인 효과를 보는 것 같다.”

―평생 하고 싶은 말과 꼭 해야 할 말은 다 하시고 산 것 같다. 그런 배짱은 어디서 나온 건가.

“내가 촌놈 중의 촌놈이다. 경남 밀양 출신인데 중학교도 제대로 못 나왔다. 그런 내가 밀양농잠고를 나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해 육군 소령으로 제대했다. 그런 뒤 국가안전기획부 수송계장으로 들어가 나중에 안기부 기조실장까지 했다.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나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것밖에 없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에서 이념 좌표를 오른쪽(보수)에서 왼쪽(중도)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김 전 의원 불출마 얘기가 돌았다. 당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은 그는 “왜 왼쪽으로 가야 해. 똑바로 가야지”라고 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말아 먹었다’고 쓴소리를 하지 않았나.

“박 전 대통령은 선거는 잘하는데, 국가 경영에 있어서는 뭔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고 정권이 흔들리니까,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고문을 불렀다. 그때 가서 ‘잘할 줄 알고 기대했는데, 4년 동안 나라를 이렇게 말아먹었느냐’고 했다. 그리고 정국을 수습하는 길은 대통령이 하야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광우병 사태 때 북악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불렀다는 얘기를 듣고 ‘정신을 차리셔야 한다. 그것밖에 안 되느냐’고 했다.”

―지난 2005년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던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 구명 활동을 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다.

“생각과 이념이 다르다고 사람이 미운 것은 아니지 않으냐. 조 전 의원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 같이 활동했다. 예의 바르고 의정활동을 성실히 했다. 그런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것이 안타까워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인터뷰 = 유병권 정치부장 yb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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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유병권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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