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철 ‘슈퍼스타’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뉴스 때문에 우울하던 차에 ‘벚꽃 엔딩’이 휴대전화에 뜬다. ‘벗꽃 보고 힘내세요’. 전송인은 ‘벚꽃’을 ‘벗꽃’이라고 썼다. 의도인가, 실수인가. 맞춤법은 어겼지만 상한 마음 달래기엔 안성맞춤이다. 다정한 벗이 있으니 슬픔도 힘이 된다.
간단한 퀴즈로 시작한다. ‘너에 대한 기억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밤으로부터 나타난다/강은 그 그치지 않는 슬픔을 바다와 섞는다’. 정현종 시인이 번역한 이 시의 제목은 무엇의 노래일까? 원작자는 파블로 네루다(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정답은 두 글자. 남성듀오 캔의 노래를 들려준다. ‘세상에 사랑을 지켜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사랑이 무너지는 건 정말 순간이었다’. 철학자 알베르 카뮈의 명언도 힌트다.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희망의 맞은편에서 구덩이를 파고 기다리는 이것은 과연 무얼까.
캔의 노래는 ‘절망’이고 네루다의 시 제목은 ‘절망의 노래(The Song of Despair)’다. 시집(시가 사는 집)엔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가 동거한다. 절망이 하나면 사랑은 스물이다. 절망이 사랑을 이길 수 없으므로 사랑은 희망의 이웃일 수밖에 없다.
이한철을 다시 불러낸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감염확산 우려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하는 시기에 가수 18명이 각자 방에서 녹음한 걸 모아 완성한 ‘방방(room-room) 프로젝트’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레퍼토리는 강장제 광고로 유명해진 그 ‘응원가’다. ‘괜찮아 잘 될 거야/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괜찮아 잘 될 거야/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선창하면 누구나 따라 부르지만 제목이 ‘슈퍼스타’(2005)라는 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슈퍼스타’(1971)는 남매듀오 카펜터스의 히트넘버로도 유명하다. ‘기타소리 달콤하고 청아하지만(Your guitar it sounds so sweet and clear)/그대 진정 여기 없네(But you’re not really here)’. 음악동네에선 한때 끝내주던 스타(Top of the world)가 이미 끝나버린 스타(The end of the world)로 추락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무대 위 조명 아래서 박수 소리에 취해있다간 ‘반짝스타’ 되기에 십상이다. 시대의 어둠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해야 진짜스타가 된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중략)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별들을 낳을 수 있다’(정진규 시 ‘별’ 중).
어려운(어두운) 시기에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야말로 진정한 슈퍼스타다. 이한철이 처음부터 희망의 메신저였던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였다. ‘맘대로 세상 살기 어려울 걸 (어려울 걸)/잘해봤자 안 되는 건 안 돼’. 제목조차 ‘안 되는 건 안 돼’(2004)다. 나중에 그는 이런 인터뷰를 남겼다.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안 되는 건 안 돼’라고 지었더니 엄청 안 되더군요.” 음악동네의 부자는 두 부류다. 내부자도 있고 기부자도 있다. 기부는 재산으로 할 수도 있고 재능으로 할 수도 있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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