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은 “연주 여행을 많이 다니는 피아니스트로서, 머무는 곳이 집이라고 여긴다”며 “가끔 외롭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하다”고 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조성진은 “연주 여행을 많이 다니는 피아니스트로서, 머무는 곳이 집이라고 여긴다”며 “가끔 외롭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하다”고 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 새 앨범 ‘방랑자’ 낸 피아니스트 조성진

30분짜리 리스트소나타 한 곡
라이브처럼 들리게 한 번에 녹음
목소리 다르듯 연주도 개성 달라

大家 의식 않고 자연스럽게 쳐
코로나로 지난달 온라인 콘서트
無관객 어색했지만 에너지 받아
새삼 음악이 삶에 필수라 느껴


“슈베르트와 리스트 등 낭만 시대의 작곡가들에게 ‘방랑’이 중요한 단어였던 듯싶어요. 그들은 여러 곳에 옮겨 다니며 살았고,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이런 점이 이 시대 뮤지션들과 공통점이 있지 않나 해서 앨범 제목을 ‘방랑자 (The Wanderer)’로 하게 됐어요. 저와 같은 피아니스트나 뮤지션은 방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주 여행을 많이 하잖아요.”

오는 5월 8일 새 앨범 ‘The wanderer’를 발매할 예정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6).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그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 작곡가의 곡만 녹음하는 게 편하지만, 이번엔 여러 작곡가를 한 콘셉트로 엮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앨범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과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S.178’을 싣는다. 또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Op.1’도 담는다. 그는 이번 앨범을 위해 작년 6월에 베를린에서 슈베르트와 베르크를 녹음했고, 4개월 후에 함부르크에서 리스트를 작업했다고 밝혔다. “30분짜리 리스트 소나타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치는 게 너무 어려운 곡이지만, 한 번에 녹음했어요. 최대한 라이브처럼 들리게 녹음하려고 했어요.”


그는 앨범 작업 뒷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줬다.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녹음한 후 관객 20여 명을 불러서 연주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쳤거든요. 그 테이크가 좋아서 앨범 베이스로 썼어요. 리스트 소나타는 관객이 없어서 프로듀서 등 스태프들을 오라고 해서 그 앞에서 연주를 했어요. 글렌 굴드 같은 아티스트는 관객 없이도 완벽한 앨범을 만들었으나, 저는 관객 앞에서 긴장을 느끼며 콘서트 연주회 하듯이 녹음하는 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듯싶어요.”

조성진은 슈베르트 자신도 “너무 어려워 칠 수 없다”고 말한 방랑자 환상곡이 테크닉 면에서 난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연주자는 그 어려움을 표시 내지 않고 편하게 쳐야 한다고 했다. “청중이 이 곡을 들으며 아름답구나, 드라마틱하구나, 서정적이구나, 이렇게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제가 2018년부터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편해지더라고요.” 그는 방랑자 환상곡을 연주한 대가들의 기존 명반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 목소리가 다 다르듯이 피아노를 치는 것도 다 다르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다르게 칠까’ 이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게 가장 개성 있는 연주라고 생각해요.”

그는 2012년 프랑스로 유학을 가 줄곧 파리에 살다가 2017년 8월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베를린은 아티스트가 예술적인 것을 선보일 기회가 많고, 다른 독일 도시와 달리 활기가 있어요. 여기 있으면 편해요.”

그는 베를린 집에 1년에 4개월 정도 머무른다고 했다. “파리에 있을 땐 한국과 오가며 어느 곳이 진짜 집인지 잘 못 느꼈어요. 그런데 베를린으로 이사하고는 여기가 진짜 집인 것 같고, 또 연주 때문에 호텔에 가면 거기가 편해서 집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있는 곳이 집이로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그는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5년이 정말 빨리 흘렀다고 되돌아봤다. 20대 후반을 바라보며 자신을 더 채근하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브람스 같은 작곡가는 20대 초반에 피아노 콘체르토를 작곡했는데, ‘나는 뭐 하고 있지? 좀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연주 생활엔 좀 적응을 했는데, 성장을 했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어요.”

지난해 9월 지휘자로 데뷔했던 그는 “지휘자로서는 아직 자신이 없다”면서도 “유럽에서 제안이 있다면, 피아노 콘체르토는 할 가능성이 조금 있다”고 했다. 그는 공연을 지속하며 연주 커리어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고 했다. 다음 앨범을 다시 쇼팽 곡으로 하겠다고 정해 놓은 그는 요즘도 매일 4시간씩 피아노를 치는 습관을 지키고 있다. 예전처럼 5시간을 하면 녹초가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4시간 이내에 효과적으로 연습하려 하지만, 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고 했다. 피아니스트로서 중요한 손 보호와 관련, 그는 “원래 추울 때 장갑 끼는 버릇이 없었는데 이제는 끼려고 한다”고 답했다. 건강 관리에 대해선 “스트레칭 정도만 하며, 잠을 많이 자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처음으로 오래 쉬고 있다고 했다. 뭐라도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성악가 마티아스 괴르네의 제안을 받고 지난달 말에 함께 온라인 콘서트를 했다. “관객 없이 라이브 연주를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정말 콘서트 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느꼈어요.”

그는 요즘 집에서 음악을 많이 들으며 새삼 느낀 게 있다고 했다. “음악이 우리 삶에 정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에요. 우리가 마땅히 할 게 없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나 즐기려고 할 때 음악이 꼭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이번 사태 때문에 일상생활의 귀중함도 느꼈지요. 레스토랑에 가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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