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안녕하세요. 저 아빠 딸 수빈이에요. 제가 오늘 어쩌다가 아빠의 발을 보게 되었어요. 평소엔 양말을 신으니까 신경도 안 쓰던 발인데 그 발이 오늘따라 자꾸 눈에 띄었어요. 아빠 발은 무좀에 걸려 다른 사람은 만지기 꺼릴 정도로 발톱이며 살이며 갈라지고 찢어졌죠. 평소엔 솔직히 잘 몰랐어요. 아니, 애써 외면한 것인지도 몰라요. 솔직히는 아빠의 발이 조금 창피할 때도 있었거든요. 아빠의 발을 보고 난 뒤에 주위를 둘러보니 참 많은 게 보였어요. 아빠의 낡은 신발, 구멍 난 양말과 속옷 등등이오. 신발을 신어 양말이 보이지 않아도, 옷을 입어 속옷까지 보이지 않아도 아빠는 날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많은 걸 포기하는구나 느꼈어요. 그게 사소한 것일지라도요. 그것들을 보고 나서 괜히 내 옷차림을 보고, 내 옷장을 둘러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쑤셨어요. 제 마음이 아린다고 할까요? 그 표현이 적절한 것 같아요.
아빠, 저는 저번에 양말에 구멍이 났을 때 너무 창피하다고 느껴 벗어서 버렸고 속옷에 구멍이 났을 때도 그냥 버렸어요. 그때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새 속옷과 새 양말을 사주셨잖아요. 저는 그 몇 시간을 못 참아서, 하루를 못 참아서 불평불만 짜증 낸 것이고, “아 구멍 났어. 진짜 짜증 나”라며 그 구멍 난 양말과 속옷을 바로 벗어 던졌는데 돌이켜보니 그 행동이 너무 창피하네요. 아빠의 그 발도, 구멍 난 옷들도 모두 우리 가족을 위해 일하고 돈 버느라 그런 거니 이젠 정말 자랑스럽다고 느껴요. 예전엔 왜 ‘부끄럽다’란 어리석은 생각을 했을까 후회해요. 매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집에 올 시간이면 땀으로 샤워하고 들어오시는 우리 아빠! 이제야 아빠가 무좀에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아빠를 잠시나마 부끄럽게 생각해 죄송해요. 이 편지로 제 진심을 전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항상 자신보다 우리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우리 아빠. 아빠, 이 세상에 누구의 발도 아빠의 발을 이길 수 없어요.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한 것처럼 발의 생김새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비록 무좀에 걸려 별로 이쁘진 않지만, 우리 아빠 발이 누가 뭐래도 저에겐 최고로 멋있는 발이에요.
아빠 사랑해요♡ 아빠 딸 수빈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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