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리어그랜드슬램 이미 달성하고
3번째 메이저 US여자오픈 출전
5위 그쳐 대기록 도전 눈앞 무산
1950년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창설된 이래 1980년대는 미국의 팻 브래들리(사진)가 대표 주자였다. 브래들리는 LPGA 사상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3명 중 1명이다. 1950년대 루이스 서그와 1960년대 미키 라이트뿐이었다. 1970년대를 대표하는 낸시 로페즈는 US오픈 우승이 없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986년 브래들리는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 달성을 향한 기회를 맞이했다. 골프에서 그랜드슬램은 남녀 통틀어 1930년 보비 존스가 유일하다. 존스는 아마추어로서 프로전향은 하지 않은 채 영원한 아마추어로 남았고 당시의 메이저대회인 US오픈과 US아마추어, 디오픈과 브리티시아마추어 등 4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물론 현대적 의미의 그랜드슬램과 메이저대회는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이다.

US여자오픈이 열리는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위치한 NCR컨트리클럽 사우스코스. 6243야드로 길고 험한 코스였다. 대부분 도그레그홀로 구성된 데다 페어웨이가 좁고 까칠하게 조성됐다. 언더파는 고사하고 4일간 이븐파(288타)만으로도 우승이 가능하다고 할 만큼 코스가 어려워서 선수들은 티샷을 드라이버 대신 롱 아이언이나 우드를 사용했다. 브래들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상금랭킹 2위 패티 시한이었다. 시한은 앞서 치른 나비스코챔피언십과 LPGA챔피언십에서도 1타 차로 막판까지 우승을 다퉜던 맞수였다.
7월 오하이오주의 날씨는 주말에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천둥·번개까지 예고됐다. 난코스에다 기상상태마저 불규칙해 쉽지 않은 대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브래들리는 이런 어려운 상황 탓에 1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에 그쳤다.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2라운드는 1언더파 71타로 선전했지만, 3일째 경기에서 다시 2오버파 74타로 주춤했다. 이미 마음을 비운 브래들리는 마지막 날 선전을 펼쳤다. 3언더파 69타를 치며 순위를 끌어 올렸지만, 선두에 3타 뒤진 합계 2오버파 290타로 5위에 만족했다. 3번째 메이저대회에서 그랜드슬램 달성의 발목이 잡힌 셈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브래들리는 2주 뒤 캐나다에서 벌어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드모리에클래식에서 일본의 오카모토 아야코와 연장전에 돌입했고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1986년에만 3번째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2주 전 US여자오픈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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