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치(1941~2020)

연초라서인지 매일같이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던 하루하루였습니다. 저녁 미팅 자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집에서 조용히 하루가 마무리될 때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병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달려간 병실에서 아버지는 힘들게 호흡하고 계셨고 다음 날 아침 주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은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온 치매로 7∼8년 고생하고, 최근 1년은 몇 번의 고비를 넘기시면서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친 아버지와의 이별은 쉽지 않았습니다. 좋은 곳에 가서 이제 편안할 거라고 이야기하시던 어머니도 장례식 마지막 날 밤 아버지 영정사진 앞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신 것을 생각하면 저도 아직까지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항상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나는 물고기를 잡아 주지 않는다. 자녀들에게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 시절부터 부모님과 동생 등 가족을 부양하던 아버지는 우리를 엄하게 키우셨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런 모습이 싫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모두 가족을 위한 사랑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우리가 자기 일에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아버지의 손녀 사랑은 대단했습니다. 선민, 주윤, 경연, 유진, 손녀들의 생일이면 항상 손편지를 써주셨고, 입원했을 때 빼고는 입학식과 졸업식도 꼭 참석하셨습니다. 주변에서 뭔가 생기게 되면 4명의 손녀에게 주려고 억지로 모두 4개를 챙겨오셨습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열심히 사신 우리 아버지. 40년간 마케팅·홍보 업무만 하셨고, 그래서 말 많고 시끌벅적한 곳에 주로 계셨던 아버지는 가실 때는 조용히 가족들과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친·인척과 가까운 지인 몇 분만 모시고 조용하게 상을 마무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조문객으로 인해 가족들이 피곤하지 않게, 아버지가 작은 부분까지 배려해 주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80번째 생신에는 한번 꼭 안아드리고 고깔모자도 씌워드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저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

아들 유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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