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자금난 봉착 항공업계
유동성 지원 등 차일피일 미뤄

대한항공에 ‘무언의 압박’높여
‘오너 사재출연 시사’ 관측나와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 경영진에 ‘무언의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천재지변 성격의 특수 상황인 만큼 조속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데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정부·여당의 대기업 길들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14일 관련 부처,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한 논의 내용을 이르면 다음주쯤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는 지원방안에 대한 물밑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핵심은 대한항공(사진)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결정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선 여객의 급감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3월 이후 대다수 국가가 강력한 입국 제한 조처를 하면서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의 실적 감소세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등 차입금만도 총 4조8000억 원에 달한다. 단기 유동성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계속 미루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가 대한항공 유동성 지원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언제할 지에 대해선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정부는 대한항공이 지원을 받기 위해 전제돼야 할 자구노력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등 좀 더 강도 높은 자구안이 제시되어야 정부도 ‘호응’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대한항공 오너일가를 더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지원의 전제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항공업계의 위기가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유독 대한항공에 대해서만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기업 길들이기’가 지나치다는 말이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경험에서, 지나친 금융논리로 오랜 세월 쌓아온 기간산업의 역량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만성적 경영부실이 아닌 글로벌 특수상황에 따른 단기 유동성 문제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지원 결정이 구체화하지 않으면서 항공업계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대다수 항공사가 유동성 위기 속에서 유·무급 휴직, 희망퇴직, 임직원 급여 삭감을 하며 겨우 버티고 있지만 고사 직전이다. 항공사 조종사 노조 연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박정민·곽선미·박세영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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