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 / 조슈아 웡 지음, 함성준 옮김/ 프시케의 숲

“희망이 보여서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야 희망이 보인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서 저자가 동료들을 향해 던진 말이다. 홍콩에서 항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요한 명분 중의 하나가 바로 ‘행정장관 직선제’다.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홍콩 행정부의 수장인 행정장관을 선거로 뽑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방식이 간접선거 방식이어서 시민들의 불만이 팽배했다.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것이 2014년의 ‘우산운동’이었다.

저자는 당시 우산운동을 이끈 주역으로,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서 18세를 맞았다. 2012년 ‘학민사조’라는 조직을 이끌며 국민교육 반대 운동을 시작했고, 이것이 민주화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책은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여름까지를 일지 형식으로 기록해나간 것으로, 2014년 우산운동의 배경과 전개, 결과까지 자세히 다룬다. 당시 경찰의 최루탄 진압에 맞서 우산을 방패 삼은 것이 시위의 상징이 됐다. 조슈아 웡은 이때 체포와 단식 투쟁 등을 거치며 우산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급부상했다.

저자는 정치란 ‘타협의 예술’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보수파 정치인은 물론이고 민주파 정치인에게서도 자신의 신념이 ‘이상주의’로 치부되고, ‘삼류대학에나 갔다’고 비웃음을 사는 상황에서 그가 기댄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오늘은 광주, 내일은 홍콩’이 되기를, 언젠가 홍콩 사람들도 한국처럼 자유와 민주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우리는 종종 앞으로 한 발 더 내딛기를 꺼리곤 한다. 혹은 한번 정해진 행동 방식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건 사실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영향력을 잃을까 봐, 원래 갖고 있었던 대중의 지지가 떠나갈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운동에 실패하는 것은 괜찮지만, 과거로 연명하다가 성공이 두려워지고 실패에 익숙해지면 결국 시대에 의해 도태될 것이다.” 저자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시민들의 행정장관 직선제 보통선거 요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9년의 홍콩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 시작은 범죄인 송환법에 대한 반대였지만, 현재 정부가 송환법을 공식 철회했음에도 시민들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 조건의 하나로 내걸었다.

저자는 ‘우산운동’으로 타임 선정 올해의 인물, 포린 폴리시 선정 100대 글로벌 사상가로 꼽혔다. 또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홍콩 시민들과 함께 추천되기도 했다. 2019년 대규모 시위가 다시금 일어나자 홍콩 정부가 그의 구의원 선거 출마를 막은 것에서 웡의 정치적 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올해 만 24세다. 348쪽, 1만6000원.

이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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