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을 꼽으라고 하면 좀처럼 의견 통일을 보지 못한다. 전통파들은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과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을 먼저 떠올리지만, 요즘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과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영국의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를 최고로 꼽는 사람이 많다. 아르헨티나가 부국이던 20세기 초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론 극장이 라스칼라와 쌍벽을 이루는 무대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오페라 극장의 정면대결 기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공연을 취소했지만, 주요 공연작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두 주자는 뉴욕 메트와 빈 국립 오페라. 지난 3월 중순부터 매일 한 편씩 홈페이지에 무료 공개하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두 극장은 자주 공연되지 않는 ‘중국에 간 닉슨’ ‘트로이의 사람들’부터 ‘라보엠’ ‘라트라비아타’ 등 대중적 작품까지 벌써 각각 40편 가까이 공개했다. 당초 1~2주 한시적 서비스가 예상됐지만 사회적 격리 조치 장기화에 따라 무료 서비스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지난 10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오페라와 발레 공연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베를린 국립오페라 극장도 몇몇 작품 동영상을 2주씩 홈페이지에 무료 공개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파리와 밀라노의 오페라 극장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 메트와 빈 국립 오페라의 발 빠른 사이버 관객 선점 덕분에 두 극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양대 오페라 극장이 될 듯하다. 두 극장의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파르지팔’ ‘장미의 기사’ 등 겹치는 작품이 많아 주역 성악가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의 연출·의상·무대 디자인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6일부터 ‘진주조개잡이’ ‘리골레토’ ‘안드레아 셰니에’ 등 8개 공연작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이 중 몇 작품은 뉴욕 메트와 빈 국립 오페라의 스트리밍 목록에도 있어 한국의 오페라 수준을 뉴욕·빈과 비교해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코로나19 사태 후 세계 각국이 봉쇄 조치에 나서며 세계화는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각국 오페라 극장이 위기 극복을 위한 역발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덕분에 국경 없는 오페라 시대가 새롭게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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