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장 前 공정거래위원장

대공황 이래 세계 최악의 위기
4차 산업혁명 기폭제로 작용
교육 쇼핑 공연 종교도 온라인

국내에선 타다 不法化 등 역행
기술 토대 훌륭한데 규제 심각
民官 합심 과감한 혁신 나서야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지며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까지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채 몇 개월도 안 돼 인류의 삶을 통째로 뒤흔들어 놨다. 먼 훗날 역사가들은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 역사를 크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눌지도 모르겠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희생자 수는 물론, 이젠 일상이 되다시피 한 사회적 거리두기, 그 연장선상의 국경 폐쇄와 이동 제한으로 인해 심대한 사회·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지구촌을 보면서 코로나19는 가히 세계사적 사변으로 느껴진다.

코로나19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세계적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경고에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정통 경제학의 범주 밖에 있는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과 대규모 재정 지출이라는 방식을 통해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하지만 많은 보건 전문가는 코로나19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 인류가 맞닥뜨려야 할 글로벌 팬데믹 시대라는 뉴노멀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금 전 세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새로운 글로벌 적(敵)에 맞서 서로 협력, 대처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과학자들의 헌신,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좀 더 진전되고 체계화된 글로벌 방역 시스템 구축,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 공조체제 마련 등. 이러한 전방위 노력이 성과를 거둬 인류가 하루바삐 코로나19가 초래한 미증유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대한다.

그리고 ‘바이러스 경제’라는 뉴노멀은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길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와중에 우리가 목도하는 삶의 방식 변화가 그 증거다. 팬데믹이 심각해질수록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을 통해 경제적 소비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업을 계속하고, 심지어 개학마저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청춘 남녀의 데이트는 물론, 사회적인 만남과 교류, 종교활동마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생존을 위해 뮤지컬 등 각종 공연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영화들 역시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한 지 오래다. 바야흐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삶의 주 무대가 가상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한 상품들의 배달도 사람이 아니라 자율 차량과 드론을 이용한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다. 오프라인 쇼핑은 무인화한 공간으로 전환되고 제조업 역시 가급적 고용을 줄이면서 로봇화, 스마트 공장화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고 있는 셈이다.

눈을 돌려 우리의 처지를 살펴보자. 비록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만큼은 뒤처지지 말자는 기치 아래 지난 20년 동안 세계가 부러워할 수준의 우수한 IT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왔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반도체 기술과 조만간 범용화 단계에 진입할 5G 통신망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필요조건인 셈이다. 그렇지만 공유경제 시대 혁신의 상징이던 ‘타다’의 영업 종료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과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충분조건까지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각종 규제 철폐 등 새로운 기업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노라 했지만, 지난 3월 국회에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또한,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와중에서조차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온라인 공간에서 원격으로 받을 수 없다는 우리의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물적·기술적 토대를 갖췄다 하더라도 각종 규제와 이익단체의 반발 등에 가로막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할 수 없다면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사고가 고정관념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면 혁신은 물론이고 내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코로나19라는 글로벌 팬데믹이 가져온 바이러스 경제시대를 맞이한 지금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관련 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총체적으로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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