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부부의 세계’는 부와 사회적 지위를 지닌 아내가 남편의 불륜을 직접 단죄하며 불륜드라마의 달라진 양상을 보여준다.
JTBC ‘부부의 세계’는 부와 사회적 지위를 지닌 아내가 남편의 불륜을 직접 단죄하며 불륜드라마의 달라진 양상을 보여준다.

- JTBC ‘부부의 세계’로 본 불륜드라마 인기 이유

1978년 ‘청춘의 덫’ 최초 꼽아
버려진 조강지처가 철저한 응징

1996년 ‘애인’은 사랑에 초점
인기 끌고 ‘불륜 미화’질타 받아

사회변화 따라 캐릭터 바뀌어
부유男 → 찌질男으로 달라지고
여성이 관계 끌어가는 주체로


“불편하다, 그런데 재미있다.”

비(非) 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울 것으로 관측되는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에 대한 가장 적확하고 보편적인 평이다.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아내를 두고 젊은 여성과 사랑을 속삭이는 남성의 행위는 불륜(不倫), 즉 윤리에 어긋난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공분에 치를 떤다. 그만큼 시청률은 올라간다. 따지고 보면 불륜 드라마는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성(性), 치정, 배신과 복수 등 온갖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재를 버무리니 어찌 외면받으랴.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소재는 변하지 않지만 시대에 따라 불륜극은 그 양상을 달리해왔다.

애인(1996)
애인(1996)

아내의 유혹(2008)
아내의 유혹(2008)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김수현標 불륜극의 시작

대한민국에서 불륜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작품의 효시는 제목부터 남다른, 영화 ‘자유부인’(1956)이다. 하지만 이는 극장에서 ‘선택한’ 이들에게만 노출된 작품임을 고려할 때, 불륜이라는 소재를 대중적으로 만든 첫 작품으로는 김수현 작가의 ‘청춘의 덫’(1978)을 꼽는 것이 옳다. 이 작품뿐 아니라 김 작가가 집필한 ‘모래성’(1988) 속에서 조강지처는 철저하게 불륜의 피해자였다. 그들은 남성의 성공을 위해 헌신했지만, 결국 헌신짝처럼 버려진다. 그다음 행보는 명약관화다. “당신, 부숴버릴 거야”라는 대사로 대변되는 ‘청춘의 덫’이 그랬듯 여성은 복수하고, 시청자들은 권선징악에 박수를 쳤다.

하지만 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가족의 윤리보다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불륜 드라마도 변화를 겪게 된다. 배우 유동근의 파란 셔츠로 기억되는 ‘애인’(1996)이 대표적이다. 기존 불륜극이라면 가정이 있는 남녀인 운오(유동근 분)와 여경(황신혜 분)에게 분노하는 운오의 아내이자 전업주부인 명애(이응경 분)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여야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운오와 여경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폭발적인 인기와 동시에 불륜을 미화한다는 질타도 받았다.

대한민국 불륜극의 역사를 이끌어 온 김 작가의 터치 역시 달라졌다. 2007년작인 ‘내 남자의 여자’의 주인공 역시 화영(김희애 분)과 동창의 남편인 준표(김상중 분)였다. 두 작품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여경, 화영은 모두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여성이다. 2000년을 전후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고 워킹맘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불륜극은 동력을 잃은 셈이다.

밀회(2014)
밀회(2014)

◇女 캐릭터의 변화 그리고 시대의 변화

이런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불륜극의 인물도 변화를 맞는다. 불륜을 저지르는 남성이 부와 권력을 가진 존재로 그려졌던 과거와 달리 ‘아내의 유혹’의 정교빈, ‘조강지처클럽’의 한원수처럼 소위 ‘찌질한’ 인물로 대체되고 ‘밀회’의 오혜원처럼 여성이 불륜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등장했다. ‘남편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내 대신 화려한 연하의 커리어우먼에게서 매력을 느낀다’는 식의 전형적인 발상은 막을 내리고, ‘혼외 사랑’은 오히려 허울뿐인 결혼 제도나 권력의 위선을 까발리는 용감한 선택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부부의 세계’에서도 지선우(김희애 분)는 남편에게 영화 제작사까지 차려줄 만큼 부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여성이다. 그런 그가 “내 아들, 내 집, 내 인생, 그 어떤 것도 절대 손해 볼 수 없어요. 이태오 그 자식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낼 겁니다”라고 외칠 때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2015년 간통죄 폐지는 불륜 드라마의 공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법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 근간이었다. 과거 남녀 간 역학 관계가 불균형해 법의 힘을 빌려 이를 단죄했다면, 상대적으로 남녀가 동등해진 요즘, 불륜을 바라보고 그리는 방식은 바뀔 수밖에 없다. 주체적인 지선우가 스스로 아이를 키우겠다며 남편을 내치고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그래서 더 통쾌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간통죄 폐지로 법적 처벌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극 중 통쾌한 복수 설정을 통해 대리만족을 주려는 경향이 커졌다”며 “드라마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중장년층 여성들에게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설정은 언제나 자극적이기에 폭발력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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