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따’라는 닉네임으로 성착취 음란물이 제작·유포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훈(18)이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호웅 기자
‘부따’라는 닉네임으로 성착취 음란물이 제작·유포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훈(18)이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호웅 기자
미성년 피의자 첫 신상공개
일각선 “여론 의식한 결정”
인권 침해 소지 논란 일어

10대 性범죄 3년간 27% 증가
性착취물 소지는 2배 늘어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구속기소)을 도와 성착취 영상물 제작·유포 등에 가담한 ‘부따’ 강훈(18·구속)의 얼굴이 17일 공개됐다. 경찰이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공개를 결정하고 법원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지만 미성년자인 만큼 인권 침해는 물론 법적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던 강훈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위해 경찰서 현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훈은 긴장을 감추지 못한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송하다.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심사 당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썼던 강훈은 앳된 얼굴의 10대 모습이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는지’ ‘신상공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아무런 대답 없이 호송차에 올라탔다.

강훈은 조주빈에 이어 ‘박사방’ 사건 관련 두 번째 신상공개 대상이자, 10대 미성년 피의자 중 신상공개가 이뤄진 역대 첫 사례가 됐다. 일각에서는 2001년생인 강훈은 올해 생일이 지나지 않아 아직 만 18세 미성년자인 만큼 신상공개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과 법원이 성착취 음란물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하며 ‘대중추수주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훈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청소년에서 제외한다’는 청소년보호법 ‘예외조항’을 적용한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16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로 공공의 이익이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해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실제 강훈과 같이 미성년자가 저지르는 성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10대 미성년 범죄자가 저지르는 전체 범죄건수는 지난 2015년 7만9342건에서 2018년 6만5784건으로 17.1% 줄었지만, 범죄통계에서 분류가 가능한 5개 성범죄(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기타 강간 및 강제추행·성풍속범죄)는 같은 기간 2714건에서 3456건으로 27.3% 증가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등을 뜻하는 ‘성풍속범죄’는 같은 기간 892건에서 1521건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유사강간도 90건에서 128건으로 늘고, 강간(738→752건)과 강제추행(859→972건) 역시 증가했다.

이들이 성범죄를 일으키는 이유는 우발적인 경우가 많다. 2018년 기준 5개 성범죄를 저지른 미성년 범죄자의 범행동기를 보면 전체 3456건 중 ‘우발적’이 967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원인이 불분명한 미상(903건), 기타(692건) 외에 ‘호기심’(660건)도 4위를 차지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스마트폰 확산으로 온라인에서 ‘n번방 사건’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학교 등 성교육을 담당하는 주요 기관들은 이에 대해 사실상 무지한 상태”라면서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고, 무엇이 범죄인지 분별할 수 있는 성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수현·서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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