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범죄 수사 正道 보여온
尹검찰총장 몰아내기 노골화
법치 무너지면 민주주의 붕괴
文대통령이 진심을 담아서
다시 공개적으로 해야 할 당부
공수처장 임명 때도 마찬가지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법치(法治)를 통해 구현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 수단인 법치가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무너진다. 제21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권 일각에서 횡행하는 ‘법치 뒤엎기’ 행태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인 이유다. 권력형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까지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되면서 ‘친문(親文) 팔이’를 통한 ‘피해자 코스프레’도 더 공공연해졌다. 권력 범죄 수사 지휘의 정도(正道)를 보여온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를 노골화하면서, 그것을 민의(民意)에 따른 ‘검찰 개혁’인 것처럼 뻔뻔하게 왜곡 포장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호 세력의 ‘법치 조롱’도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는 선거 이튿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을 직설적으로 겁박했다. ‘조국 장관 사퇴를 유도했을 때 그(윤 총장)는 씨익 웃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도 검찰 개혁에 성공한 적이 없노라고. 그가 놓친 것은 촛불 시민의 민심·저력이다. 결국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시민은 힘 모아 이제 여의도에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 운운했다. 자녀 입시 부정, 사모펀드 불법 투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등 11가지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검찰 개혁을 훼방하려는 불순한 저의에 따른 것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사실상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범여(汎與)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소속 최강욱 당선자의 윤 총장 매도(罵倒)는 더 적나라하다.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증명서’를 허위 발급한 변호사 시절의 혐의로 기소되고도 한참 지나서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직에서 물러났던 그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의 더러운 공작이 계속될 것.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했다. 윤 총장의 서울중앙지검장 발탁 때는 ‘윤석열의 삶이 어디 한 자락이라도 권력을 좇아 양심을 파는 것이었더냐’고 했던 최 당선자다. 인사검증을 하고 전혀 문제없다던 윤 총장을 ‘부패한 무리’의 일원으로, 권력 범죄 수사를 ‘더러운 공작’으로 몬 셈이다. 그는 앞서 자신에 대한 기소를 ‘기소 쿠데타’라며, 윤 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 제1호로도 지목했다.
권력형 부정 혐의도 법치 국가에선 당연히 법원이 유무죄의 최종 판단을 한다. 검찰 기소가 무리한 것이었다면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 소명하면 된다. 4·15 총선에서 당선된 것도, 소속 정당이 압승한 것도 면죄부이거나 유무죄의 기준일 수 없다. 민주당과 시민당만으로 국회 의석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해, 개헌 말고는 모든 게 가능해졌다고 해서 저지른 범죄까지 합법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더욱이 여당 압승의 가장 큰 요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이 블랙홀로 작용해 다른 주요 이슈들이 거의 묻힌 사실, 시대와 동떨어진 보수 야당의 자멸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는 등 사정 호전이 총선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배경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총선 민의를 ‘법치 뒤엎기’인 것으로 교묘하게 둔갑시키는 여권 행태는, 그럴 소지를 애초부터 제공해왔을 뿐 아니라 여전히 이들에게 직간접적 영향력을 가장 크게 행사할 수 있는 문 대통령이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
총선 기간에 유예했던 주요 권력형 범죄 혐의 수사를 재개한 윤 총장에게,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5일 임명장을 주며 했던 당부를 다시 공개적으로 해야 할 때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아주 공정하게 권력형 비리를 처리해서 국민 신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끝까지 지켜달라. 청와대든, 정부든, 여당이든 살아 있는 권력에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했던 말 그대로. 또한 위헌 소지 논란에 아랑곳없이 문 대통령 의지를 받든 여당이 군소 야당들과의 ‘거래’를 통해 입법을 강행한 결과로 오는 7월 출범할 공수처의 수장(首長)은 국회 추천 과정에서 제1야당도 동의한 인물이라야 임명하겠다고,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천명하고 실천해야 마땅하다. 그에게도 진심을 담아 똑같이 당부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