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소독장비·식수 등 阿·유럽 등 64國에 6000억원 영향력 확대하는 中에 어깃장
트럼프 “WHO 중국 중심적” 年 4억~5억 달러 지원 끊어 中 국제기구 장악도 차단
美정부 부처간 협의없이 지원 부족한 보호장비까지 해외로 미국내 여론 악화 역풍 불수도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사망자 1위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21일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국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의료장비와 소독, 통신 장비, 식수 제공에 5억 달러(약 6192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고, 현재까지 2억74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가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들이 인공호흡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14일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영국에 대한 지원을, 17일에는 멕시코에 대한 지원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다급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타국 지원에 나선 건 코로나19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의 국제기구 장악을 막으려는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 지원 강화로 중국에 맞불 =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코로나19 TF 브리핑에서 ‘아프리카, 유럽 등에 방역물품 기부를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대책’이란 질문에 “중국이 다른 나라들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그것에 찬성한다”면서도 “우리는 조만간 필요한 양보다 많은 인공호흡기를 가지게 될 것이며, 그것을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전 세계에 배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중국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책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 대한 의료장비 지원 등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USAID는 의료장비 등 긴급의료 지원에 1억 달러, 인도적 지원에 1억1000만 달러를 배정했다. 이 자금은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64개국에 지원된다고 밝혔다. 또 세계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해 유엔난민기구(UNHCR)에 6400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나이지리아에 700만 달러 규모의 전염병 방지, 소독 활동, 식수 지원 등을 실시했다. 모잠비크에 280만 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277만 달러, 부르키나파소에 210만 달러, 세네갈에 190만 달러 규모로 각각 지원했다. 미국은 유럽에 대해서는 아제르바이잔 170만 달러, 벨라루스 130만 달러, 몰도바 120만 달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120만 달러 규모의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실시했다. 아시아에는 아프가니스탄 500만 달러, 방글라데시 340만 달러, 미얀마 380만 달러, 인도 290만 달러 규모로 지원했다. 미국은 남미의 경우 아이티에 220만 달러, 파라과이에 13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실시했다. 중동에서는 이라크에 1550만 달러 규모의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했다. USAID는 “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속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관련한 세계의 인도주의적 및 보건 지원 대응을 주도하는 미국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중국 책임론 부각으로 영향력 차단 = 미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 감싸기 논란을 불러온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WHO의 중국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WHO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매년 4억∼5억 달러의 자금을 WHO에 댔는데, 중국은 대략 4000만 달러를 기여한다”며 “WHO는 아주 중국 중심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고 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WHO는 적기에 그리고 투명한 방식으로 정보를 적절하게 확보, 조사하고 공유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국제기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미국은 3월 4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서 0순위로 꼽히던 중국 출신 왕빈잉(王彬穎) 사무차장을 탈락시키는 데 앞장섰다.
미국은 코로나19 책임론을 세계 각국에 방역 지원 등을 통한 공헌론으로 바꾸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제동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코로나19 사태는 발생하기 이전에 중국에서 멈췄을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며 “실수였다면 실수는 실수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다 알고도 저지른 고의적 책임이 있다면 확실히 그에 관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유엔이 추진 중인 코로나19 관련 결의안에 근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내 장비 부족으로 역풍 우려 = 미 정부가 USAID를 통해 세계 각국에 2억7400만 달러 규모의 의료장비 지원 등을 했지만 정작 미국 내 의료장비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조치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의료용 개인 보호장비 지원을 요청하다가 해당 장비가 미국에서 태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정부 부처 간 협의 없이 의료장비 해외 지원이 진행되면서 미국 내 부족한 의료장비까지 외국으로 보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코로나19 TF를 이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USAID의 개인 보호장비 해외 지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또 미 정부는 USAID가 해외 지원을 위해 모아둔 개인 보호장비의 해외 발송을 금지하고 이를 국내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미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응에만 집중하느라 주요 국가에 대한 외교 전략을 유지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골몰하는 사이 북한은 수차례 미사일 실험을 하고, 러시아의 대잠수함 탐지기 2대는 알래스카 방공망을 침범했다고 전했다. 또 이라크와 시리아, 예멘 등 중동지역에서도 미군 이동과 훈련이 중단되면서 공백 상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