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펠트가 23일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노래를 통해 충격적인 가정사를 고백했다. 아메바컬처 제공
핫펠트가 23일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노래를 통해 충격적인 가정사를 고백했다. 아메바컬처 제공
- 원더걸스 ‘예은’ 으로 활동했던 핫펠트, ‘1719’로 솔로 컴백

일기 형식의 스토리북 통해
한곡 한곡에 얽힌 사연 공개
부친의 성폭력 피해자에 사과


“빌리 아일리시, 리조처럼 자신의 단점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아티스트들의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번에 저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로 결심했어요.”

걸그룹에서 솔로로 나선 가수 핫펠트(HA:TFELT·31)가 23일 첫 번째 정규 앨범 ‘1719’로 돌아온다.

핫펠트 하면 혹시 낯설 수 있지만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예은의 또 다른 이름이다. 2007년 데뷔해 ‘텔미’, ‘노바디’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고, 2세대 K-팝의 대표주자로 활약했던 주인공이다. 2014년 핫펠트라는 활동명으로 홀로서기에 시동을 걸었다가 소속사를 옮긴 후 이번엔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14곡을 모았다.

1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핫펠트는 “2017년부터 3년의 정성이 들어간 앨범이에요. 분위기가 좀 어두워서 발매를 주저했는데 지난해 추가 곡 작업을 하면서 확신이 들었어요”라며 “앨범과 관련된 동명의 에세이 스토리북도 썼어요. 3년간 헤매지 않았으면 나오지 않았을 타이틀”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지난 3년은 그에게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다. 2017년 초 원더걸스가 해체했고, 2018년엔 목사인 부친이 수백억 원대의 사기 및 성추행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면서 비난받았다. 당시 그는 “12세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로 아버지와 거의 인연을 끊고 지냈다. 사기 사건에 가담한 적이 없으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고의 스타 아티스트로서 뼈아픈 고백이었다. 평소 ‘모범생’ 이미지로 통하던 터라 그의 어두운 가정사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핫펠트는 이번 앨범에서 지우고 싶었을 그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일기 형식의 스토리북을 통해 노래 한 곡 한 곡에 얽힌 사연을 공개했다. 그 안에는 부친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과, 그로 인해 받아야 했던 1년간의 심리치료와 방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한 ‘라이프 석스(Life Sucks)’는 2017년에 만든 곡이에요. 4∼5차례 갈아엎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3년쯤 지나서 공개를 결심하게 된 겁니다. 스토리북의 글은 당시 제 심리치료를 위해 쓴 것이에요. 당연히 발매 목적은 아니었죠. 그러나 음악 안에서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을 글로 보여드리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원래 뭘 숨기거나 감추지 못해요.”

더블 타이틀곡 ‘새틀라이트(Satellite)’와 ‘스위트 센세이션(Sweet Sensation)’에도 핫펠트의 고민과 일상이 배어 있다. “‘새틀라이트’는 영화 ‘그래비티’를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우주 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여자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느낀 게 많아요. 저도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삶에 대한 욕망이 사라졌던 순간이 있었고, 다시 깨우친 순간도 있었어요. ‘스위트 센세이션’은 너무 일상적이에요. 아마 여성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그가 따가운 시선과 편견을 무릅쓰고 용기를 낸 건 가족들의 이해와 응원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건 반드시 덜어내야 할 마음의 짐이었다. “엄마와 언니, 남동생은 지난 13년간 ‘연예인 가족’으로 살면서 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게 많아요. 해명하고 싶지만 못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과 스토리북에 대해 후련해 하더라고요. 또 이 앨범은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제 나름의 극복 방식이죠. 이런 시간을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함께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합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