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합의 지연에 야당 압박

청와대가 23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까지 검토에 나선 것은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데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회의 합의를 강조하며 야권을 압박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건 더불어민주당과 소득 하위 70%가구에 지급하는 정부 원안을 고수하는 기획재정부 사이에서 사실상 중재안을 내놓은 것도 문 대통령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76조에 근거한 대통령의 권한인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에 있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발동할 수 있다. 청와대는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다음 달 15일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이를 발동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여야가 합의안을 이른 시일 내 내달라는 압박이자 당부의 취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코로나19 관련 비상경제회의 등을 주재하며 수차례 ‘속도’를 강조해 왔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속 당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소신보다는 ‘청와대의 뜻’을 확실하게 전달받지 못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당정청 회의에서 김상조 정책실장이 100% 지급에 반대하는 등 문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홍 부총리가 정확한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22일 오후 문 대통령의 심중이 담긴 중재안이 나오자 홍 부총리가 더 이상 반대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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