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검사 받은 예천 60대 남성
주민 손가락질에 괴로움 호소
경계심 강해진 이웃 눈치 보고
확진 판정땐 몰래 입원하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만 받았는데도, 죄인처럼 낙인 찍혀 괴롭습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 해제를 위해 검사를 받은 경북 예천군 시골에 사는 60대 남성 A 씨는 24일 “집에 머물던 중 보건 당국에서 방문 검사를 하는 바람에 주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면서 괴로워했다. A 씨는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지만, 검사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 농번기 들판에 나가는데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예천군에 코로나19가 덮친 이후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주민들을 설득하느라 군청 공무원들이 애를 먹고 있다. 동네에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방역 당국이 방문하거나 확진자가 나오면 전부 감염되는 줄 알고 당사자들을 모질게 대하고 있어 면사무소 직원과 이장을 동원해 주민 설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쉽게 수긍하지 않으면서 대도시에 사는 자녀까지 동원해 부모들을 설득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이러한 이유로 10대 청소년 확진자는 주민 몰래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최근 한 청소년을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했는데, ‘마을 입구까지만 구급차가 오면 주민 시선을 피해 직접 가겠다’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령의 주민들이 손자뻘인 청소년에게 ‘앞으로 마을에 얼씬도 하지 말고 이사 가라’는 등의 말을 해 이 청소년은 눈물을 보이며 구급차에 탔다”며 “주민들에게 소위 ‘왕따’를 당하는 확진자가 여러 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일부 확진자는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진술하지 않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는 방문 검체 검사를 통보하면 손사래를 치기도 해 방역 당국이 조사·검사에 애를 먹고 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도시와 달리, 농촌은 서로 잘 알고 있는 특성 때문에 경계심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지키면 감염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천에서는 지난 9일 40대 여성과 그 가족, 직장 동료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가 24일 오전 10시 현재 총 34명이 발생했다. 안동 3명, 문경 1명을 포함하면 예천발 확진자는 38명이다. 검체 검사는 33건이 의뢰됐으며 192명은 자가격리 중이다.

예천=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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