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6일 김상열 KLPGA 회장은 이사회를 열어 강춘자 수석부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새 집행부를 꾸렸습니다. 그간 사퇴 압박을 받아온 강 전 부회장은 지난해 총회 때 회원들에게 “더는 수석부회장에 임명돼도 맡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강 전 부회장은 1988년 협회 전무이사가 된 이후 30년 이상 회장이 여럿 바뀌는 과정에서도 오뚝이처럼 살아남아 ‘2인자’였지만 ‘1인자’처럼 협회 행정을 주물러 왔습니다.

그러나 강 전 부회장은 여전히 이사직과 자회사인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주식회사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회원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던 강 전 부회장이 스스로 한 약속을 뒤집었다”면서 “KLPGA 업무 재장악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소문대로라면 앞으로 강 전 부회장이 자회사의 대표가 돼 입지가 더 커질 것이라 우려합니다. 협회는 올해부터 KLPGT와 분리해 대표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처럼 ‘커미셔너 체제’로 전환하는 사업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협회는 회원 관리와 복지 업무만 맡고 자회사가 대회의 모든 권한을 갖게 됩니다. 예산만 봐도 협회가 연간 27억 원을 쓰지만, 자회사는 100억 원이 넘습니다. 지난 2008년 4월 홍석규 KLPGA 회장이 만든 이 회사는 실제로 협회의 마케팅 파트너 계약, 라이선싱 및 중계권 등 모든 수익 사업을 관장하며 ‘돈줄’ 역할을 해왔습니다.

KLPGT는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이사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할 계획입니다. KLPGT 새 대표는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실질 수장’이 되고 사단법인 회장은 ‘쭉정이’가 되는 셈이죠. 자회사의 이사진은 애초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로 해놓고도 10년 넘게 선수 출신 이사로만 꾸려 왔습니다. 과거 강 전 부회장의 입김으로 임명된 이사가 절반이 넘어 강 전 부회장의 신임 대표 선출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10년 이상 강 전 부회장의 수족 역할을 해오던 김남진 협회 사무총장이 임원으로 영전할 것이란 소문도 이미 파다합니다.

일련의 사례가 협회가 강 전 부회장과 마치 ‘짜고 친’ 듯, 미리 세워둔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대기업 수장인 김 회장과 강 전 부회장 사이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임기 1년이 남은 김 회장이 연임을 염두에 두고 회원들에게 영향력이 여전한 강 전 부회장을 밀어주는 식의 ‘밀실 담합’이 아니냐는 소문입니다. 다소 황당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소문이 너무 구체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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