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기업이 많지만,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잡은 곳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1∼3월 넷플릭스에 1580만 명이 새로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각에서 보면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도 시청률이 더 올랐어야 한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해도 오랜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를 살려 집에 머물던 시청자를 붙잡았어야 한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0%대 시청률의 드라마와 예능이 속출했다. KBS 2TV 수목극 ‘어서와’는 지난 16일 방송에서 0.9%를 찍었다. 역대 지상파 미니시리즈 사상 최저 시청률의 불명예다. 인기 웹툰에 스타 아이돌을 내세웠지만 어림도 없었다.
MBC 주말 예능 ‘끼리끼리’도 1% 안팎의 저조한 시청률을 맴돌고 있다. ‘무한도전’의 박명수와 황광희, ‘1박 2일’의 은지원, 모델 이수혁과 아이돌 성규까지 불렀지만 중심이 없고 산만하다. 일요일 오후 5시 황금시간대 프로그램치곤 거의 ‘재난’ 수준이다. KBS와 MBC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심각한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MBC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1000억 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KBS는 올해 사업 손실을 약 127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는 환경부터 탓한다.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광고 매출이 40% 정도 줄었다는 것이다. 또, 중간광고를 허용해주지 않아 종합편성채널 등에 비해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건 ‘비겁한 변명’처럼 들린다. 시청자를 바라보고 콘텐츠에 집중하는 방송의 본업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8번을 받아 무난히 국회에 입성한 정필모 당선인은 얼마 전까지도 KBS를 책임지는 부사장이었다. 그런데 퇴직하고 불과 한 달여 만에 비례대표 공천을 받자 KBS 내부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합법성을 떠나 공영방송의 신뢰성과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이번 총선 당선인 중 언론인으로 보면 MBC 출신이 5명으로 최다인 것도 눈에 띈다. 방송에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현장에서 언론개혁을 외치던 모습이 결국엔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씁쓸하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인성’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출연 중이던 이원일 셰프와 김유진 PD는 갑자기 불거진 ‘학교 폭력 가해자’ 논란에 사과하고 자진 하차했다. 출연자들의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고 넘기기엔 문제가 있다. 좀 더 세심한 관리와 검증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최근 유튜버들의 활약이나 종편 TV조선의 ‘미스터 트롯’ 열풍도 지상파의 구차한 변명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받은 스페셜리스트가 만든 프로그램이 0%대 시청률을 면치 못하는 사이 콘텐츠에 집중한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들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제는 그들도 안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는 방송사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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