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1년새 10%↑‘재정 부담’
정규직 전환 등 노조압박 세져
한전, 유가 떨어지면 호재지만
원전폐쇄 강행에 수익 ‘불투명’
정부의 무리한 일자리 늘리기·탈원전 정책의 첨병으로 나서며 경영악화 일로에 있던 국내 공기업들이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항공·운송 분야 공기업뿐만 아니라 최근 ‘저유가’ 호재를 맞은 에너지 공기업들도 정부의 ‘친노동·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재정악화로 긴축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국가 경제위기 속에서 완충 역할을 하며 산업 전반을 이끌어야 할 공기업들이 위기의 문턱에서 허덕이는 모습이다.
24일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친(親)노동 정책의 지원군 역할을 하던 공기업들은 불어난 인건비용으로 인해 재정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을 만났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재정을 무기로 항공·운송·에너지 등 국가 기간 시스템의 버팀목이자 주요 산업의 견인 역할을 해야 할 공기업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354곳은 인건비로 27조7444억 원을 썼는데, 이는 전년보다 10.8% 늘어난 수치다. 2014년 18조7520억 원에서 5년 만에 10조 원이 불었다. 청와대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공공기관을 압박해 손쉽게 일자리를 늘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2017년 2만2637명, 2018년 3만3900명, 2019년 2만3800명(3분기 기준)으로 크게 늘었다. 민간 일자리가 아닌 공공일자리만 잔뜩 늘린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신규채용이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고 공기업의 재정부담만 안긴다는 데 있다. 올해 배당금 납부를 유예한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자회사 소속의 톨게이트 수납 인력을 본사 정직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속도로 수납 시스템의 자동화로 수납 인력 수요가 줄어들지만 노조의 압박으로 이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레일 역시 매년 1000억 원 상당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나 노조의 ‘4조2교대’ 요구와 신규채용 4000명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공기업들은 정부 시책인 일자리 늘리기에 부응하지 못하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기에 무리해서라도 채용 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공기업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평가 기준도 달라진다”며 “과거 정부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라더니 정부가 바뀌고 나서는 무조건 ‘정규직 전환’ ‘신규채용’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상 유례없는 저유가 시대의 호기를 만난 에너지 공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유가가 낮아질수록 수익이 발생해 올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호황을 누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비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공기업들을 동원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공기업들의 내부 불만도 상당하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에서 공기업들이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사업들을 펼쳐야 하는데 인력 채용으로 이미 여력을 소진한 상태”라고 전했다.
박정민·박수진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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