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급자가 500만 명을 넘었다는 발표와 함께 전해진 ‘천문학적 기금 손실’ 분석은 충격적이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해졌다. 국민연금공단은 23일 “시행 33년만인 올 4월에 수급자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만 62세가 된 1958년 3월생이 24일부터 수급 대상자에 포함된 것이다. 연금공단은 자축하는 의미에서 이 자료를 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문제점이 암 덩어리처럼 커지고, 문재인 정부 들어 개선은커녕 더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 1분기에만 47조 원가량의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국내 투자업계는 분석했다. 가입자가 수급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지난 30년 이상 쌓은 기금 730조 원의 6.4%에 해당한다. 특히, 국내외 주식 자산군에서의 손실은 무려 62조 원이 예상된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돌발 악재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코로나 경제 충격이 이제 초입임을 고려하면, 올해 손실이 어디까지 갈지 걱정스럽다. 이러다보니 중·장년 가입자들 사이에선 국민연금만 믿어선 안 된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문 정부의 ‘코드 인사’와 ‘코드 운용’이 국민연금의 신뢰 및 실적 급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성주 전 이사장이 연금공단 본부가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 출마를 빌미로 갑자기 사임, 현재는 박정배 기획이사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온통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어설픈 칼로 대기업들을 쥐락펴락하려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연금의 수익성 극대화라는 본질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그런 엉뚱한 일을 벌이면서 정작 절실한 국민연금 개혁은 뒷전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보험료율 인상에는 소극적이다. 2018년 11월 보건복지부 초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기도 했다. 그 뒤 정부는 무려 4가지 개편안을 국회에 던져놓고 알아서 정리하라며 외면하는 중이다. 그 사이에 운용 실적은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고, 인구 구조 변화 역시 예상보다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국민 노후가 더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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