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지난 1월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는 종일 긴박했다. 중국 전염병학 최고 권위자인 리란쥐안(李蘭娟),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 등 6명이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위급 전문가팀으로 우한에 파견됐다. 리 원사는 이달 초 공개된 ‘글로벌 피플’ 인터뷰에서 “1월 17일 개인 루트로 우한에서 의료진 감염이 이뤄진 사실을 처음으로 파악했다”며 우한 봉쇄의 막전막후를 전했다.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 화난수산시장 등을 방문해보니 사람 간 전염이 이미 발생하고 있었다.

비공개 회의에서 그는 “곧 춘제(春節·중국의 설)가 다가오니 우한을 봉쇄하고 코로나19를 최고 수준인 감염병 A급으로 지정해 곧바로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아침 일찍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쑨춘란(孫春蘭) 부총리 주재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이 결정됐다. 이날 저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질병 확산을 단호하게 억제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국면에서 시 주석이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우한 봉쇄는 이틀이 지난 23일 새벽 2시에 전격 시행됐다. 항저우(杭州)로 돌아간 리 원사가 우한 사람들이 벌써 고향에 도착한 것을 보고 재차 당국에 봉쇄를 촉구하면서다. 2월 초 시 주석은 1월 7일 정치국 상무위원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열고 적극 대처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전문가들이 방역을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최고지도자가 한 일은 긴급지시문 한 장이었던 셈이다.

시 주석은 2월 말부터 감염병 확산세가 진정되자 3월 2일 중국 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근원과 전파 경로를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희석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던 셈이다. 대미 강경파인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바통을 받았다. 그는 같은 달 12일 지난해 10월 말 열린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여한 미군에 의한 바이러스 중국 유입설을 공식 제기했다. 이후 미국과 바이러스 근원을 둘러싼 거듭된 공방전은 미 민간단체는 물론 주 정부들의 중국 정부에 대한 국제 소송으로 비화했다. 시 주석은 유럽과 미국 등으로 코로나19가 불붙자 의료용 마스크 등을 지원하는 ‘코로나 외교’에 나섰다. 감염병 유발 책임론을 벗어나면서 중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각인시키려는 일석이조 전술이다. 미국의 리더십이 약해진 틈을 파고들어 글로벌 리더가 되려는 성공적인 전략으로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지원한 진단 키트 등의 품질 문제가 불거지고, 물품 지원 때 각국에 감사와 찬사 공개 표명을 강요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반(反)중국 정서가 확산되는 역풍을 맞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리더가 될 좋은 기회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칼럼니스트는 “초기 대응 실수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려는 의료 지원 행위는 환영받았지만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는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국면마다 ‘시진핑 1인 체제’의 그림자가 발목을 잡는 것 같다.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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