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로 4·15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지 10여 일이 지났음에도,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은 더 거세지고 있다. 공천 시기에 반짝 불다 잦아들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다만, 공천을 앞두고는 여권을 중심으로 86세대(1980년대 학번·60년대 생) 퇴진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과 달리 총선이 보수의 참패로 귀결된 뒤에는 야권이 세대교체론의 새 진원지로 떠올랐다. 가장 관심을 받는 것은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40대 경제 기수론’이다. 김세연 의원은 더 나아가 1980년대 생·30대·2000년대 학번인 ‘830세대’가 전면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세대교체론은 과거 정당들이 위기 때 꺼냈던 이른바 ‘젊은 피 수혈론’과는 차이가 있다. 젊은 세대를 등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들을 당 대표와 대통령선거 후보 등 리더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1970년대에 태어난, 특히 경제 분야에 비전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2022년 대선 후보로 낼 것을 주장한다. 1970년생이라 해도 2022년엔 52세다. 김 전 위원장 말대로 된다면 4말5초의 대선 후보가 유력 정당에서 배출되는 셈이다. 김 의원은 1972년생으로 48세인 자신도 2030세대와 소통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며 30대가 당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수 정치권에서 이처럼 급진적인 세대교체론이 제기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유력 정당이 4연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 총선은 한국의 유권자 지형이 진보 우위로 재편됐음을 확인케 한 ‘재편성선거(realigning election)’였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유다.
그러나 벌써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선진국 전례로 봐도 당 간판을 바꾸는 수준의 세대교체는 보통 결기로는 이루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지금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한 명의 정치인이 국민의 머릿속에 리더로 각인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역 최연소 정부 수반인 제바스티안 쿠르츠(34) 오스트리아 총리는 17세이던 2003년 국민당 청년당에서 활동을 시작해 2009년 국민당 연방 청년당수, 2013년 외교부 장관 등을 차례로 거쳤다. 2017년 31세의 나이로 총리에 오르기까지 이미 14년간 정치 경력을 쌓은 셈이다. 여성으로는 현역 최연소 정부 수반인 산나 마린(35) 핀란드 총리도 2019년 총리 자리에 오르기 전 사민당 제2부주석(2014년), 하원의원(2015년), 교통부 장관(2019년) 등을 거쳤다.
이들의 성공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시사점은 고정관념 타파의 중요성이다. 우리 정치권에선 젊은 층의 국회 진입도 어렵거니와 초선 의원이 되더라도 대변인단이나 원내부대표단에 들어가는 게 최선이다. 3·4선 의원은 돼야 원내대표나 당대표를 노려볼 수 있다. 대선 캠프에서 큰 공을 세우지 않는 한 3선 의원은 돼야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밥그릇 수를 채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는 이런 풍토에서 20대 장관, 30대 당수나 정부 수반이 나올 리 만무하다. 기득권을 쥔 다선·중진급 인사들이 능력 있는 후배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한 세대교체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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