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록우산 부산복지관, 온라인 개학 맞춰 ‘초록 e스쿨’ 개관
온라인 학습 가능한 환경 조성
공부·식사·돌봄 원스톱 제공
저소득·한부모·다문화 가정
“집에 컴퓨터 없어 막막했는데
편히 일터 나갈 수 있어 감사”
‘온라인 개학’ 18일째를 맞이한 중학교 3학년 정지훈(15·가명) 군은 27일 오전 일찍 초등학교 4학년 동생 시후(11·가명)를 깨워 가방을 메고 학교가 아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으로 향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형을 포함해 형제가 셋이지만, 집에는 컴퓨터가 1대밖에 없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지훈이와 나이가 어려 아직 스마트 기기 사용이 미숙한 동생 모두 곁에서 공부를 도와줄 어른이 필요하지만, 엄마는 안 계시고 아빠는 언제 일을 하러 나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 형제에게 ‘대안 학교’가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이 ‘초록 e스쿨’을 열면서다. 복지관은 전국 초·중·고가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지난 9일부터 초록 e스쿨을 열고, 지역 내 취약계층 아동들의 원격수업을 돕고 있다. ‘부모 개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어른의 지도 없이는 온라인 학습이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나 다문화·한부모·조손가정의 아이들은 더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복희 대리는 “온라인 개학 전 취약계층 가정들을 상담해보니 ‘우리 집은 책상도 없고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학교에서 문자가 왔는데, 한국어가 미숙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아이를 도와줄 여유가 없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며 “개학 전까지 아이들의 공부와 식사, 돌봄까지 지원해줄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훈이 형제를 포함해 매일 오전 8시쯤이면 25명의 학생이 초록 e스쿨로 등교한다. 교실로 들어가기 전 마스크 착용과 체온 측정, 손 소독은 필수다. 안전거리가 유지된 책상 위에는 1인 1PC가 주어진다. 수업은 자원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초록 e스쿨 서포터스’ 선생님들과 함께한다. 접속 오류 해결부터 동영상 찾기와 과제 해결까지 모두 선생님이 1대1로 도와준다. 맞춤형 학습지도인 셈이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 중 하나는 친환경 메뉴로 구성된 급식이 제공되는 점심시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가 잇따라 개학을 연기하고, 하교 후 찾던 지역아동센터마저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은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았다. 수업이 끝나면 복지관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집과 달리 무선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무엇보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못 가 답답했는데 온라인 수업도 재미있어 즐거웠다” “온라인으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어려웠는데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잘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학부모들은 “이제야 안심이 된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홀로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 어머니는 “학교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안내했지만, 정말 긴급한 상황에만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 있어 신청이 망설여졌다”며 “어떻게든 집에서 아이들끼리 해결하려던 차에 복지관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지훈·시후 형제의 아버지도 “사춘기 아이들이 집에만 있다 보니 자주 다투는데, 소통하기가 쉽지 않아 곤란한 상황이 많았다”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까지 잘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부산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도 온라인 개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전남지역본부는 보육원 같은 지역 내 아동시설을 후원 기업 등과 연결해 아동들에게 컴퓨터와 태블릿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필요한 학습 환경, 돌봄 등을 계속 지원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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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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