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 총선 압승에 60%를 넘는 대통령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협력에 대한 의지에 불을 붙인 것 같다. 미국이 대북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 시한인 11월 대선 전까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도 보는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대화 2주년이던 지난 2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국제 대북제재가 완화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인 남북 협력 사업을 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북한에 긍정적 신호를 주기 위해서라도 21대 국회에서 판문점선언 비준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호응했다.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도 이날 자신의 SNS에 “시간이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곧 4년 차를 맞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정부도 대선으로 움직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썼다. 그가 총선 출마 전까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이 글은 청와대 참모진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다간 현 정부 임기 내에 ‘그들만의 레거시(legacy·업적)’를 남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읽힌다. 대통령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미국 국무부는 “남북 협력은 북한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나왔다.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약화될까 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우리 정부가 2년 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까지 열었지만, 북한은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총선에 국민이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가동하라는 열망이 담겼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여당의 압승과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처 때문이지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점수를 줬기 때문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13차례, 올해도 5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그대로 상존하고, 상대방인 북한도 싸늘하고, 국민 모두가 박수 쳐 주지도 않는데 우리 정부만 혼자 몸이 달아 있는 셈이다. 정부 혼자 속도를 낸다고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의 다급함은 정부 당국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병 이상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모습에서도 느껴진다. “특이동향 없음”이라는 일관된 말은 정보분석에 근거해 나온 말이겠지만, 왠지 김 위원장의 유고 등 급변 사태는 거론해선 안 될 사안으로 본다는 인상도 받게 된다. 남북협력을 밀어붙여야 할 시점인데 북한 급변을 언급하는 자체가 갈 길 바쁜 정부의 뒷덜미를 잡는다고 보는 건 아닌지.
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위기 극복 의지를 밝히며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속도감을 강조한 말이다.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할 분야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경제위기 극복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경제 전시 상황인 만큼 위기 대응 국가체계를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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