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초장’의 밥상에 오르는 것을 부르는 말 또한 어렵다. 그 재료를 나물, 푸성귀, 채소, 야채 중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가? ‘나물’은 봄처녀가 소쿠리를 들고 논두렁에서 따온 것이어야 할 듯한데 산나물이란 말과 함께 콩나물, 가지나물 등도 쓰인다. ‘푸성귀’는 옛날 어르신들이나 쓸 법한 말이다. 많은 사람의 입과 귀에는 ‘야채’가 더 익숙한데 방송에서 이 말이 틀렸다며 자막에선 어김없이 ‘채소’로 바꿔준다.
옛말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 헷갈린다. 채소(菜蔬)는 밭에서 재배한 것을 가리키는데 옛말에서는 ‘남새’이다. 야채(野菜)는 말 그대로 들에서 자라는 것이니 옛말에서는 ‘푸새’이다. 그런데 ‘남새’는 ‘나물’과 관련이 있고 ‘푸새’는 ‘풀’과 관련이 있다. 어원을 따져 올라가다 보면 채소와 야채의 대응관계와 오히려 반대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푸성귀’ 또한 ‘풀’에서 파생된 말이어서 나물보다는 풀이 훨씬 더 넓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야채’가 틀린 말이라며 애써 ‘채소’로 바꾸지만 정작 사전에서는 ‘채소’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해 놓았다. 현실이 이렇다면 받아들이면 될 것을 굳이 틀렸다고 지적하고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고기가 귀한 시절에는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고 고기를 권했다. 그러나 상황이 역전돼 육류는 오히려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채소류가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는다. 시절이 변했으니 ‘야채’를 푸른 초장의 주인으로 대접해도 될 듯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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