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곳간 지기’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전체 가계 지급 등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자존심이 땅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3차 추경 편성에 내몰리고 있다.
1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총리실 등은 2차 추경 편성이 끝나자마자 예산실에 “3차 추경 편성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독촉하고 있다. 3차 추경 시한은 6월 초·중순이고, 규모는 20조∼3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에서는 “사상 최대였던 2009년 추경(28조4000억 원)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따라 3차 추경 규모가 40조 원 안팎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재정 건전성 지표다. 정부는 지난 4월 30일 2차 추경 국회 통과 소식을 전하면서 “2차 추경 통과로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5%,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5%, 국가채무 비율은 41.4%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경상성장률을 3.4%로 가정해서 낸 ‘사실상 허구(虛構)의 수치’다.
올해 경상성장률이 0%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2차 추경 이후 국가채무 비율은 42.8%로 높아진다. 올해 경상성장률 0%에 3차 추경을 30조 원 조성하고, 전액 적자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44.4%로 높아진다. 경상성장률이 0% 아래로 떨어지거나, 3차 추경 조성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늘면 국가채무 비율이 45%를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국가채무 비율이 45% 안팎으로 올라가면, 지난해(38.1%)와 비교할 때 한 해 만에 국가채무 비율이 7%포인트 안팎 폭등하게 된다. 우리나라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예산실 직원들에게 현 상황은 갈 길은 먼데 해는 지는 나그네의 처지와 비슷하다. 정세균 총리는 최근 “3차 추경 재원도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차, 2차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바닥까지 탈탈 털어서 세출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에 더 할만한 곳이 거의 없다. 정 총리의 발언이 3차 추경 편성 과정에서 기재부(예산실)와 총리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분란 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경상성장률을 얼마나 낮출지는 알 수 없지만, 재정 건전성 지표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악화할 것”이라며 “예산실 직원들에게 육체의 고달픔보다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지 못한 시기의 재정 당국 근무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