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확산할 때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지의 유채꽃밭을 갈아엎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와중에 유채꽃을 보러 관광객이 몰려들자 트랙터로 꽃을 밀어버린 겁니다. 꽃밭을 갈아엎은 건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고려한 조치였습니다. 지자체는 “축제 취소 안내문을 써 붙이고, 바리케이드까지 설치했는데 관광객이 꽃밭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관광객이 꽃밭으로 들어간 것’이 문제는 아니었을 겁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제 지역을 방문한 것’이었겠지요.

오죽하면 그랬을까요.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로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채꽃밭을 갈아엎은 곳들이 하필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던 곳이어서 더 그랬습니다. 매몰차게 트랙터로 꽃밭을 밀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지자체가 그동안 관광객을 끌어들이려 했던 건, 순전히 ‘장삿속’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관광객은, 여행이란 주인과 손님 간의 소통과 이해 혹은 교류와 교감이라고 여겼는데 말입니다. 손님이라 생각했다면 좀 더 세심하게 외지인의 마음을 살폈을 겁니다. 꽃을 밀어버리고 나서 적어도 양해를 바라는 글이라도 적어놓았으면 좀 나았겠습니다.

관광객은 손님이지만 ‘일시적 주민’이기도 합니다. 제주도는 오는 2025년 ‘인구 1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제주 인구 75만 명. 여기다가 일일 평균 입도 관광객 25만 명을 더해 100만 명이란 숫자가 나왔습니다. 일시적 주민도 좋아하는 여행지에 주민 못잖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 사람’과 ‘감염병 숙주일지도 모르는 다른 지역 사람’을 거침없이 나누는 지자체의 태도가 서운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그래서입니다.

국내에 코로나 19 환자가 폭증하던 때에 베트남 당국의 한국 항공기 도심 공항 착륙 불허와 여행자 강제격리 등이 과도했다며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문화 차이와 오해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베트남 정부의 조치를 보고 분노해 ‘다시는 베트남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잖았습니다. 한국인이 유독 베트남의 푸대접에 화를 냈던 것은 한 해 400만 명이 갈 정도로 베트남에 대한 애정이 깊었기 때문일 겁니다.

지자체가 유채꽃밭을 밀어버린 것을 두고 ‘작은 이익이 아닌 큰 그림을 택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과연 진짜 ‘큰 그림’은 무엇일까요. 이제 곧 여행은 다시 시작될 겁니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여행캠페인이 시작될 것이고, 지자체들은 언제 그랬냐며 저마다 자기 지역으로 와달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겠지요.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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