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여건 나쁜데 재정소요 많아
마른수건 짜기식 “10% 아껴라”
재난지원금 위해 국방비 깎듯
꼭 필요한 사업예산 삭감할수도
정부가 6일 부처별 재량지출(정부가 의지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유동적 지출) 10% 삭감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세부지침을 확정·통보하면서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의 재정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체질 개선으로 불필요한 세출을 줄여보자는 취지지만, 부처별로 허리띠를 졸라매다 꼭 필요한 사업 예산까지 감축되는 위험성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정 여건 악화에 무리한 ‘허리띠 졸라매기’ =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세부지침은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맞아 각 부처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통한 재원 마련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재부의 지침에 따라 각 부처는 오는 31일까지 기재부에 내년 예산을 요구할 때 재량지출을 10% 수준에서 깎아 요구해야 한다. 성과가 미흡하고 매년 집행이 부진한 사업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 얻어진 재원을 신규·핵심 사업 예산으로 돌리며 전체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정부 재량지출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재량지출 10%’ 축소 카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9년을 제외한 2018년, 2020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 적용됐다.
정부가 구조조정 카드를 또 꺼내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와 세계적인 경기 불황 등으로 내년도 세입 여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세입 관련 전체 세수의 약 3분의 1이 되는 법인세수의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더구나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는 48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동안 3차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까지 편성할 것을 예고하면서 재정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할 ‘한국판 뉴딜’ 정책과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역시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여권이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등 여권은 ‘전국민 고용보험제’까지 거론하면서 고용보험 확대에도 불씨를 댕기고 있다.
보조금·출연금 정비 역시 ‘허리띠 졸라매기’의 일환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 요구 단계부터 기준을 설정해 부처별로 불필요한 예산 요구를 철저히 줄여나가자는 차원”이라며 “민간 보조금만 해도 20조 원 정도가 되는데, 그중 수조 원 정도만 줄여도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장기적 경제 생산성에 타격” 우려 = 부처별로 무리하게 필수 사업이나 민생 관련 예산,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업에까지 손을 댈 수 있어 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장기적인 경제 생산성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골자로 한 2차 추경안 마련을 위해 정부는 국방 관련 사업에서 약 1조5000억 원을 삭감했다. 차세대 전투기인 F35A 스텔스 전투기(3000억 원), 해상작전헬기(2000억 원), 광개토-Ⅲ 이지스구축함(1000억원) 등 9047억 원을 비롯해 군인 숙소(223억 원)와 정비·보급시설(127억 원) 등 국방 관련 시설물 공사비 850억 원도 잘려나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재정적자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가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국민에게 당장 영향이 가는) 복지 부분을 줄일 수 없으니 연구·개발(R&D)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예산을 깎아, 장기적으로 생산성 강화에 타격을 주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현재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너무 급하게 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우선순위를 정해 적절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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