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3월 11조7000억 원의 1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4월에 12조2000억 원의 2차 추경을 편성했다. 또, 정부와 여당은 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3차 추경 편성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닥친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는 국민의 일상생활마저 어렵게 할 정도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어떤 실질충격(real shock)보다 훨씬 더 큰 게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뭄·홍수·지진·코로나19 등의 실질충격이 경제에 가해지면 그 영향을 알 수는 있지만 취할 수 있는 뾰족한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추경과 각종 금융 지원 조치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연명을 돕고 실물 부문의 파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어려울 때를 대비하는 저축이 없는 사람이나 기업들의 연명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뿐, 경제에 가해진 충격을 근본적으로 완화하거나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코로나19와 같은 충격은 견디면서 효과적인 방역(防疫)으로 그 충격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연이은 추경 편성에 따라 국가채무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재난 극복 재원(財源)을 본예산의 세출 조정이 아니라 국채(國債) 발행을 통해 마련하기 때문이다. 그 재원은 마땅히 세출 조정으로 마련해야 하지만 소규모에 불과하고, 2차 추경에서는 전력 강화를 위한 국방 예산 삭감이 조정액의 큰 몫을 차지하는 등 조정 방향도 틀렸다.
그 결과 올해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본예산 76조4000억 원, 1차 추경 10조3000억 원, 2차 추경 3조6000억 원, 3차 추경 30조 원(예상) 등 모두 120조 원에 이르고, 누적 채무는 850조 원으로 GDP 대비 44.8%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인 기준 가구당 감당해야 할 나랏빚이 920만 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나랏빚은 그 누구의 빚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안 받고 920만 원의 빚을 안 지는 게 더 나은 셈법이다. 더구나 국채의 대부분은 한국은행의 통화 발행으로 소화될 것인 바, 재정의 확대 투입을 통한 재난 극복 정책은 결국 ‘지폐 태워 밥 짓기’에 지나지 않는다.
현 정부·여당은 심한 재정중독증에 걸린 듯하다. 1조 원 정도는 호주머니 속의 동전처럼 여긴다. 그런 세금을 내기 위해 매일 동분서주하는 중산층 이상 납세자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이들이 받게 될 재난지원금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는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도 그런 것이다. 전 국민 대상 지급이라는 생색 뒤에 감춰진 야바위와 다름없다. 다수가 소수를 착취하는 구조를 고착시키면서 타락해 가는 민주정의 모습이다. 지원금의 기부 여부와 기부할 곳은 각 개인이 결정할 일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는 스트레스 테스트 장(場)을 제공했다. 각 경제주체와 산업 등이 버텨내는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춰 보면 정부 부문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하지 않고 잘못된 경제 정책의 결과를 재정 투입으로 만회해 보려고 돈을 물 쓰듯 한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빙자해서 경제 정책의 실패를 감출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재정에 의존할 게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등의 정책 기조(基調)를 과감하게 폐기하고 시장경제로 복귀해야 한다. 그것만이 기저 질환을 심하게 앓고 있는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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