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武漢)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하면서 미·중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의심해볼 지점이 있긴 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6일 학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유전자 지도를 분석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 이 중 실험실 유출 가능성이 일부 포함된 연구도 눈에 띈다. 먼저 주목받는 것은 국제 면역학 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 4월호에 프랑스 마르세유 대학과 캐나다의 몬트리올 임상 연구재단이 공동으로 게재한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당 단백질에서 발견된,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에 없는 절단부’ 논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전반적으로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흡사하지만, 인체의 단백질 수용체와 결합해 실질적인 감염을 일으키는 돌기 부위에서 ‘유전자 가위’ 기능을 하는 효소가 발견됐다. 이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없는 구조다.

이 효소는 돌기의 머리와 기둥이 정확히 만나는 지점에 존재해 코로나19의 체내 진입 이후 둘 사이를 절단한다. 이렇게 하면 바이러스와 세포막의 결합이 더 쉬워지고, 감염력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 절단 부위는 특별히 숙주의 세포막과 바이러스 융합을 향상시키는 잠재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발견을 두고 자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이인지를 의심한다. 보통의 유전자 변이는 기존 염기서열의 순서가 일부 뒤바뀌는 정도인데 이 효소는 마치 삽입된 것처럼 생겨난 데다 그 발생 지점이 유독 감염력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위치라는 데서 의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앞서 ‘네이처’ 지에 발간된 홍콩 연구팀 논문에서는 코로나19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RaTG13)와 가장 유사한데, 단백질 돌기 부분만 유독 천산갑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논문에서는 이를 근거로 천산갑이 중간숙주일 가능성을 제기했었지만, 전체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에 가까운데 인체에 결합해 감염시키는 역할을 하는 돌기 부분만 천산갑에서 검출한 코로나바이러스와 더 가깝다는 것을 들어 동물 실험 등을 통해서 탄생한 바이러스가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미국의 주장을 추측 수준으로 보고 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처장은 4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아직 미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증거를 받지 못했다”며 “증거가 있다면 무엇이든 제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CNN방송도 이날 미국과 핵심 동맹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으로 이뤄진 정보기관 ‘파이브 아이즈’가 우한연구소 발원설을 부정하고 있다고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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