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존재 가치는 적극적인 경영과 이윤 창출을 통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유달리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도덕률을 강요하려 드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기업과 기업인 책임도 없지 않지만, 과거의 일을 현재 잣대로 소급해 재단하거나, 기업을 자선단체인 양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심려를 끼치기도 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삼성그룹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으며, 회사 안팎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주인 없는 기업과 전문경영인의 신화(神話)가 꺼질 줄을 모른다.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에는 어떤 정답도 있을 수 없다. 재벌도 재벌 나름이고, 전문경영인도 전문경영인 나름일 뿐이다. 막상 주인 없는 기업을 맡았던 전문경영인들이 오너처럼 군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노조라고 가만 있을 리 없다. 정권의 줄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 인사는 말할 것도 없고, 전문경영인들조차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온갖 특혜로 노조 달래기에 나서는 경우를 수없이 봐오지 않았는가. 오너 승계의 단절 선언을 마치 도덕률의 성취로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은 오로지 경쟁력과 실적으로 심판받는 곳이어야 한다. 이제 삼성의 모든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껏 성취해온 글로벌 삼성의 위업이 한국의 후진적 노조 문화에 휘둘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글로벌 기업은 매일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다. 최고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 부회장의 표현 그대로다. 이런 마당에 정치권력의 강요나, 경제 외적(外的)인 일에 발목이 잡힌 채 주눅 든 국내 기업인들의 모습은 보기에도 딱하다. ‘기업 하려는’ 의지를 북돋울 풍토 조성은 정부와 국민 모두의 몫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이제는 삼성의 과거보다 미래에 집중해야 할 때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