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전선 최전방 감시초소(GP) 피탄(被彈)과 관련, 애초부터 군의 석연찮은 설명으로 ‘북한 옹호’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상을 은폐하거나 국민에게 거짓말했을 정황이 확연해지고 있다. 작전 실패보다 더 용납해선 안 되는 것이 경계 실패이고, 그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민·군(民軍) 신뢰야말로 국가 안보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일 피탄 문제는 그 자체로는 작은 사건이지만, 군의 행태는 안보 근간을 허물 수 있는 심각한 이적(利敵)행위나 다름없다.

우선,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도발이라면 유효사거리 내에서 해야 하는 게 상식”이라면서 도발 의도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남북 양측 GP 사이의 거리는 1.5∼1.9㎞인데 북한군의 AK47소총과 고사총의 유효사거리는 각각 300m, 1.4㎞이기 때문에 의도성이 없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합참은 지난 6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북한군의 GP 보유 화기는 6종이며, 이번에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14.5㎜ 기관총(고사총)의 유효사거리를 3㎞로 적시했다. 고사총을 대공용 아닌 지상용으로 쓰면 훨씬 더 멀리 나간다는 것은 상식인데, 이것을 모를 리 없는 군 당국이 그런 식으로 해명을 낸 것은, 국민을 속이려는 의도 이외엔 생각하기 힘들다.

둘째, 군은 안개를 또 하나의 이유로 댔다. 그러나 GP의 공용화기는 언제든 격발할 수 있도록 조준해 놓고 있다. 안갯속에서 명중시켰다면 더 고도의 사격술이 동원된 것으로 보는 게 정상이다. 군 일각에서는 북한 GP 측에서 ‘우발 총격에 대한 검열’ 정황이나 이를 암시하는 감청 정보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 신빙성도 문제지만, 기만술일 가능성도 크다. 셋째, 군의 대응이 현장에서 신속히 이뤄진 것으로 발표했지만, 최소한 사단장 지휘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단장도 현장지휘관이라는 주장은 궤변이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군 도발이 아닌 것처럼 감싸기 위해 국민에게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발적 총격일지라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해야 유사시 전멸을 피할 수 있다. 적(敵)을 마주한 최일선 군대의 행태가 이렇다면, 국민은 그런 군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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